드라마 속 명장면들은 우리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그런데 과연 앞 뒤 내용을 모르고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그 영상 하나만 본대도 설렐 수 있을까? 그것이 명장면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을까? 아마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 명장면이 있기 전 앞의 서사가 있었다. 그 서사를 알아야만 비로소 그것이 진정 명장면이었음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서사의 중요성
요즘 내가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유미의 세포들>이다. 시즌1 때부터 빠져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없을 때는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로드될 때마다 바로바로 챙겨 보지 못한다. 그런데 이게 웬걸? 유튜브를 보니 내가 못 본 화의 클립이 올라와 있었다. 바비가 유미에게 청혼하는 클립이었다. 뭐지? 왜 청혼을 하지? 하는 궁금한 마음에 내가 스스로 나에게 스포를 해 버렸다. 영상을 클릭해 버린 거다. 그런데 막상 보니 의문만 더 생겼다. 뭐지? 왜 바비는 갑자기 유미에게 청혼을 해버린 거지? 영상을 보기 전에도 궁금했던 것은 여전히 궁금했다.
그러다 어느 날 시간이 생겨 남은 에피소드를 이어서 보았다. 그 에피소드를 보니 비로소 그 클립이 이해가 갔다. 짧은 영상만 봤을 때는 몰입이 안되었는데 확실히 앞뒤의 서사를 보고 나니까 그 장면이 이해가 가서 드라마 속 감정이 느껴졌다. 다시 한번 서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인생의 포물선
과정이 중요한가 결과가 중요한가 를 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많이 봤다. 누군가는 둘 중 하나를 택하고 누군가는 둘 다 중요하다고 한다. 어느 게 맞는 말은 없는 것 같다. 단 세상의 평가를 놓고 보자면 답은 있다. 세상은 성공한 사람들에게 조명을 비춰준다. 그리고 그 사람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힘든 나날을 거쳤는지 기사를 통해서, 방송을 통해서 그 과정이 전달된다. 결국 결과가 성공이면 그 과정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것이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세상이다. 학교 다닐 때나 사회나 결국 성적과 성과로 인정받는 것은 너무나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지만 성공한 사람들도 매일매일 무언가를 조금씩 쌓아 올려 거기까지 갔을 것이다. 지금은 반짝이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과 지루한 노력들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만약 인생이 드라마라면 이 지루한 앞의 서사를 끝까지 볼 사람이 있을까. 아마 그런 드라마가 있다면 밤고구마 같은 전개라고 댓글이 달릴 것이다. 성공이 포물선의 꼭짓점이라면 가장 꼭대기의 그 점을 찍기 위해 수많은 점들이 있었을 테고 그 점들이 모여 선이 되어 그곳까지 데려다주었을 것이다. 앞의 점들 없이는 그것은 포물선의 최댓값이라는 의미가 없다.
밤고구마 같은 전개를 견뎌내야 하는 이유
누구나 자신의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반짝임을 위해 지금 이 지루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현재 힘든 상태에서는 그것을 잘 깨닫지 못한다. 그냥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저 위에 있는 별을 쳐다보면 현실과는 너무 괴리감이 크다. 그래서 때로는 명장면을 위한 이 서사를 대충 적어 내려갈 때도 있다. 명장면이 더욱더 명장면이 되기 위해서는 그때까지의 서사가 꽤나 중요하다. 그러니 지금 물 없이 먹은 밤고구마 100개 같은 전개도 견뎌내며 끝까지 봐야 한다. 그냥 마시는 사이다보다 고구마를 먹은 후 마시는 사이다가 더 시원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