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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플 보다 악플

관심의 증거

by 감성기복이
악플도 관심의 증거라고요?




한때 '관종' 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관심을 갈구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뜻이라고 한다. 당시 나는 SNS 를 일절 하지 않아서 저런 용어들에 대해 둔감했다. 나도 생각해봤다. 어떤면에서는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한데 또 어떤면에서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내 사생활과 셀카를 찍어서 SNS 에 올리는 것은 싫지만 이렇게 글을 써서 소통하는 것은 좋다. 내 셀카를 올려 인스타에서 좋아요를 받는 것보다 브런치에서 받는 하트가 더 기쁘다. 내 글에 단 한명이라도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우연히 DNA 싱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가수의 가족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인 것 같았다. 거실에 나갔다가 잠시 스치듯 본거라 자세히는 잘 모르겠다. 내가 봤을 때가 어떤 가수의 조카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그 가수는 자신이 정체를 '댓글이 키운 가수' 라고 했다. 그 가수의 조카는 최근에 화제가 됐던 삼촌의 영상을 SNS에 올린 사람과 SNS 메신저로 한번 싸웠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 영상이 자신이 봤을 때는 너무 삼촌을 희화화하는 영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많이 속상했냐는 패널들의 질문에 정작 가수 본인은 의외의 답을 했다. "나는... 되게 재밌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순간 어디서 들었던 말 같은데? 했는데 생각해보니 전현무 아나운서도 이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나 혼자 산다> 에서 악플 때문에 힘들어하는 기안 84에게 자신도 악플로 힘들었던 경험을 들어 위로하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 그것도 관심이다" 그때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건가? 했지만 지나고 보니 이해가 갔다. 악플은 정당화 될 수 없이 분명 나쁜 것이다. 그렇지만 악플을 관심과 반응 관점에서 본다면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이 말에 나는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인다.






세상의 반응


내가 만약 글을 썼는데 아무 반응이 없는 것과 그 글에 악플이 수십 개가 달리는 것,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수십 개의 악플이 달리는 것을 고를 거다. 그래도 그건 수십 명이 내 글을 읽었다는 말일 테니까. 물론 마음은 찢어지겠지.. ㅠㅠ 악플보다 더 무서운 건 아무 반응도 없는 거다. 자신이 상대에게 화를 냈다고 치자. 그때 그 상대도 나에게 화를 내는 게 낫지 무반응으로 대화를 거부하고 자리를 뜨는 게 더 최악이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다 있다. 싫은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이 자신에게 더 이상 다가오게 하지 않으려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 아무 반응도 하지 마라. 그러면 그 사람이 혼자 지쳐 떨어질 것이다. 이정도로 무반응의 힘은 강력하다.


우리가 계속 노력하는 이유는 어쩌면 세상의 반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이 들어왔는데 노를 젓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이 잘 되면 잘 될수록 더 노력해서 더 잘되려고 하지 이 정도면 됐다 하고 멈추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어떤 노력에 대한 반응을 보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그런데 반대로 자신이 노력해도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을 때 사람들은 무기력 해진다. 기대해도 아무 성과도 없는 시간들이라면 그렇게 지루할 수가 없다. 그리곤 이렇게 말한다. '세상이 나를 버렸어' 세상이 자신에게 아무 반응도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실망감 이다.












무플 보다는 악플이 관심의 증거라고는 하지만 무플이고 악플이고 둘 다 당사자에게는 큰 상처가 되는 것임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그러니 선플로 관심을 보여주는 세상이 되면 어떨까. 너무 거창한 바람인 것일까. 무플은 너무 슬프고 악플은 당사자에게 굉장히 마음 아픈 일이다. 부디 착한 관심이 많아지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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