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체력은 바닥이다. 가을에 나뭇가지들이 축 처지듯 나도 축 늘어진다. 몸이 힘들면 남는 시간에 침대에 멍하니 누워, 굴러가는 거라곤 눈과 머리밖에 없다. 계절만큼이나 깊어지는 게 생각이다. 오늘도 '힘들어' 소리를 연발하다가 돈벌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나는 왜 돈을 벌려고 했을까?'
돈을 버는 이유
내가 처음으로 돈을 벌려고 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 본다. 그 시절 나는 환경에 떠밀려 그리고 집 안에서 눈치가 보여 무작정 돈을 벌기 시작했다. 하지만 절대 돈을 벌기 위해 돈을 번 것은 아니다. 나에게 돈은 항상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다. 이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나는 분명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 돈을 벌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난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확실했다. 그리고 불행인지 아닌지 나를 서포트해 줄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점점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그렇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삶과, 내 모습과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아직 청춘이라고 우기기에는 이미 몸이 아니라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다. 일하고 힘들다는 이유로 내 꿈을 하루하루 접어두었더니 여기까지 왔다. 나는 매슬로우 욕구 피라미드 가장 아래에 있는 생존의 욕구에 지배당했다. 아니 어쩌면 생존의 욕구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해 자아실현까지 가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두 개가 동시에는 안 되는 걸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과거의 내가 떠오른다. 돈도 벌고 그 돈으로 꿈도 이루고. 짜잔 우아하게 등장!
내가 가진 돈의 등급 : 돈 벌고 돈 먹기
세상은 두 개를 모두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돈을 벌어 잃은 것은 무엇이고 얻은 것은 무엇일까. 잃은 것은 밤하늘의 별을 수놓을 만큼 많다. 감히 다 헤아리지 못한다. 우선 골병이 든 몸과, 베린 성격,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기타 등등.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 꿈들. 아.. 잃은 것만 생각하니 기분이 안 좋다. 이번에는 얻은 것을 생각해보자. 우선 꽤 두둑해진 배짱, 그리고 알량하게 두둑해진 텅장. 늘어가는 눈치, 늘어만가는 옆구리살. 뭐 이 정도밖에 생각이 안 난다. 역시나 얻은 것을 생각해도 기분이 안 좋다.
돈을 벌어 얻은 것은 결국 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최고라지만 돈에도 등급이 있다. 자신에게 자유를 줄 수 있을 만큼이 되어야 돈이 진가를 발한다. 내가 가진 돈의 등급은 그저 숨 쉬는 것에 쓰이는 정도다. 쥐꼬리만큼 벌고 쥐꼬리만큼 먹는다. 그리고 가끔 금융 치료로도 돈이 숭숭 빠져나간다. 내가 원하는 삶을 포기하고 돈을 번 지금의 결과가 참 애틋하다. 왈칵. 주먹을 꽉 쥐고 입을 틀어막는다. 흙흙. 아직 인생을 다 살지 않았다는 것에 희망을 걸어본다.
오늘도 자기 전 만세력을 뒤적인다. 내 인생은 대체 어디로 흘러가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생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거라지만 사주 테라피로라도 위안을 얻고 싶은 요즘이다. 어디 보자 어디 보자. 음.. 토가 많고.. 음 오행은 골고루 있고..? 음... 식신.. 상관... 미안하다. 사실 봐도 모른다. 사주 테라피 하려다가 머리가 더 아파진다. 이만 잠이나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