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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틀무렵 Jul 23. 2024

운전 그리고 인생

오래전 팀장 시절, 연말쯤이었던가. 

사무실 구석 자리 어디에 선가에서 갑자기 흑~하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사무실에 갑자기 울음소리라니. 깜짝 놀라 일어나 둘러보니 어느 친구가 얼굴을 가리며 뛰쳐나간다. 옆 동료에게 물어본즉 연말 승진자 명단에 빠진 것에 터트린 울음이다. 회사원이라면 늘 맞닥뜨리는 다반사 같은 일에 울음을 터뜨리다니 당황스럽다.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팀장은 그것도 감싸 안아야 한다. 얼른 뒤쫓아가서 붙잡고 조용한 구석에 앉혀 마주해야 한다. 상대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이유를 장황히 말해야 하고 또 기회가 있으리라는 것, 다음에는 동료보다 더 빨리 진급할 수도 있다는 적절한 위로를 건네야 한다. 때로는 퇴근 후 소주 한잔이 필요하다.

    

도로를 달린다. 

가는 길을 멈추라거나, 이리저리 가라고 손짓을 보내는 신호등이 있다. 앞서 달리는 차도 있다. 나도 한 개 차선을 차지하고 앞차 꽁무니를 열심히 쫓아가고 있다. 앞차를 뒤따르며 편안히 좇아가면 이 순서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차선을 한 칸 옆으로 옮긴다.

앞선 차를 앞지르려는 목적이 아니다. 곳곳에 도사린 위험에서 굳이 무리하게 앞차를 추월할 필요는 없다. 그 위험을 무릅쓴 결과는 별로 다를 게 없고 초라할 뿐이다. 나는 두 블록을 더 가서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하므로 그때 다른 쪽으로 가기에 편한 차선으로 미리 옮기는 것이다. 다음 때를 위한 준비다.      


그렇게 또 달린다. 

멀리서 빨간색 신호가 보인다. 그때 앞선 차는 빨간불 신호에 멈추어 선다. 옆 차로에서 뒤따르던 나도 곧 멈춰야 한다. 신호등에 다다를 때쯤 때마침 신호가 바뀐다. 빨간색 신호 다음에는 반드시 파란불이 켜진다. 파란불이 멈추지 말고 어서 가라고 한다. 나는 멈추지 않고 곧장 달린다. 아까까지 앞에 있던 차는 내 뒤로 멀찍이 떨어져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뒤처져 있다고 늘 뒤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빨간색 신호에 멈춰야 하는 자동차처럼 언제 어디서 덜커덕하고 멈추어질지 모른다. 다가올 시간을 미리 준비하면 뒤에 있다가도 앞질러 갈 수도 있다.      

지금 뒤에 있다고 영원히 뒤쪽에 처져있지는 않는다.


다만, 올바른 차선을 차지하고 내 차의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는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대를 단단히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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