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안동은 바다와는 먼, 산으로 둘러싸인 고장이다. 가장 가까운 바다마을이 동해안 영덕일 건데, 거의 이백리 길이다. 지금은 고속도로가 있지만, 예전에는 버스로 털털거리며 산길과 고개를 넘어가는 데 두 시간이나 걸렸다. 이런 산중 내륙도시가 해산물로 유명한 것이 둘이나 있다.
안동사람의 고등어 사랑은 유별나다. 제사상에 반드시 오르고 예전에는 어른을 찾아뵐 때면 반찬으로 가져가는 귀한 어물이었다. 그 옛날 아버지께서 40리 떨어진 큰댁에 갈 때면 할머니 드린다며 새끼줄로 꿴 고등어 한 손을 들고 길 떠나신 기억이 있다. 고향 사람도 잘 몰랐던 그 내력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있다. 냉장 기술이 없는 시절, 새벽에 갓 잡은 고등어를 소금을 쳐 지게에 짊어지고 영덕에서 안동으로 왔다고 한다. 대략 이틀이면 안동의 동쪽 관문인 임동면 ‘챗거리 장터’에 도착했는데, 그때쯤이면 간이 알맞게 배고 숙성이 되어 맛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이렇게 바다와 먼 것이 오히려 간고등어를 유명하게 했으니 궁즉통(窮則變)이라는 말이 여기에도 통하는 것인가 싶다. 지금은 생물을 가져와 간잡이가 소금을 치는 모양인데 딱 알맞은 양을 치는 기술이 맛을 좌우한다. 언젠가 유명한 간잡이가 TV에 출연해서 오른손으로 40g, 왼손으로 20g의 소금을 치는데 단 한 번도 0.1g의 벗어남이 없었다.
고등어는 군불을 때고 난 뒤 장작이 사그라질 때쯤 발갛게 익은 잉걸불을 긁어내어, 거기에 석쇠를 얹어 구워야 제맛이 난다. 아궁이가 뿜어내는 열기에 익어가는 살점과 뼈에서 우윳빛의 액체가 떨어지면, 잉걸불에서는 조그만 화염이 파르르 일어나곤 했다. 껍질이 바사삭 익어가면서 풍기는 그 깊고도 고소한 냄새란. 그렇게 밥상에 오른 고등어는 풍족하지 않았기에, 대가리는 늘 어머니 차지였으니 어두육미라는 말의 뜻에 의심이 간다. 경주 최부자가 고등어 껍질로만 쌈을 싸 먹다가 삼 년 만에 망했다더라는 말로 살코기는 아버지와 자식들에게 밀어준 어머니의 마음도 이제야 헤아린다.
안동사람은 고등엇국을 끓여 먹는 데에서도 그 애착을 짐작할 수 있다. 어릴 때의 그 맛이 그리워 아내에게 졸라보고 싶지만, 비린내와 기름이 튄다고 굽는 것조차 질색하는 사람에게서는 지청구만 들을 것이 뻔하다. 혹시 우리 집에서만 먹었던가 해서 찾아보았더니 ‘고등엇국’이라는 음식이 있었다. 선친의 고향이 안동이라는 어느 미식가는 심지어 간고등어로 육개장도 끓인다며, 그것이 먹고 싶어 안동까지 간다는 글도 있었다.
안동인이 사랑하는 또 다른 어물은 문어이다. 문어에는 글월 문(文)자가 들어 있어, 학문을 숭상하는 고향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전라도의 홍어처럼 제사나 잔칫상에는 꼭 있어야 하는 음식이다. 명절이 다가오면, 안동시장(市長)의 주요 임무가 문어를 확보하는 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가끔 서울에서도 안동 문어라는 메뉴가 보이기는 하나 냉동해 놓았다가 꺼낸 것이라서 그 쫀득하고 담백하며 부드러운 맛이 없어 실망하곤 한다. 안동에서 받은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바닷가도 아닌 안동이 문어의 고장이 된 것은, 그 맛이 삶는 기술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동의 재래시장에 가면 문어를 즉석에서 삶아서 팔고 전국으로 택배를 보내는 가게가 늘어서 있다. 썰어서 보낼 때는 얇게 썬 문어 위에 새하얀 무명천을 덮어 촉촉함을 유지한다. 토박이들은 문어를 먹는 방법도 특별나다. 타지에서는 대개 초고추장에 찍어 먹지만 안동사람은 꼭 간장을 찾는다. 조선간장에 고춧가루, 마늘, 파, 그리고 참기름으로 뻑뻑하게 메운 간장이다. 문어를 먹을 때 간장을 찾는다면 그는 아마 안동사람일 것이고, 간장이라고 말하기보다 ‘장(醬)물’이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안동 토박이임이 분명하다.
안동에서는 손님 접대에 문어가 빠지면 뭔가 아쉽다. 그러나 가격이 만만치 않아 요즘은 문어를 대접하는 일이 드물어지고 있다. 아버지 장례식 때 문어값만 거의 500만 원이 들었다. 상인은 장례에 이렇게 많은 문어를 사용하는 집은 처음이라고 했다. 아버지를 여읜 슬픔이 너무나 커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문어를 좋아하셨던 아버지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리인 것 같아서였다.
안동사람이 모임을 할 때면 보이지 않으면 욕먹기 좋은 것이 셋 있다. 쇠고기보다 구운 간고등어에 젓가락이 더 분주하게 들락거리고 문어가 없으면 손님은 아쉽고 주인은 민망하다. 나머지 하나는 안동식혜다.
내륙도시에 안동이라는 이름을 앞에 달고 새로운 해산물 種이 태어났다. 간고등어. 너는 궁벽한 산골동네에 싼값에 비린 맛을 보여주니 안동인이 받은 천혜라 할 만하다. 문어. 너는 매끈하고 아름다운 빛깔로 산골 사람의 품위를 지키고 잔칫상을 푸짐하게 하였으니 또한 안동인의 은물(恩物)이로다. 너희들은 다시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다. 안동은 대대손손 너희를 사랑하여 결코 놓아 주지 않을 것이니, 이에 임금이 내리는 사성(賜姓)을 흉내 내어 ‘안동 간씨', ‘안동 문씨'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