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환경과 정서 그리고 감성의 결핍에서 오는 몸부림이다.
고독은 내면을 성찰하고, 깊은 사유를 위한 자기만의 시간이다.
지난 세월,
부스스 잠 깨어나 한 마리 가젤을 잡기 위해 홀로 대평원을 치달리던 사자는 달리면서도 때때로 외로웠다. 그 외로움의 감정은 여럿이서 커다란 물소를 공격할 때도 문득 일어서곤 했다.
지금,
사냥의 시간이 끝난 사자는 고개를 떨군 채 허허로운 평원을 어슬렁거리며 하염없이 걸어가고 있다. 넘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는 늙은 사자는 고독해 보인다.
외로움은 환경으로 인해 일어나지만, 고독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외로움은 육신의 홀로 있음이요, 고독은 정신의 홀로 있음이다.
외로움은 슬플 것이나, 고독에서의 깨달음은 때때로 悅樂의 세계로 이끈다.
외로움은 군중 속에서도 느껴지지만, 고독은 홀로 있어야 비로소 느껴진다.
외로움은 쓸쓸하고 비애감이 밀려오나, 고독은 비통하지 않으며 安穩하다.
외로움은 심신이 권태로우나, 고독은 심연이 분주하다.
외로움은 밖으로 무엇을 갈구하고, 고독은 안으로 그 무엇을 탐구한다.
외로움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나, 고독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진다.
외로움은 마음을 갉아먹으나, 고독은 내면에 침잠하여 마음을 살찌운다.
외로움은 저녁의 어스름과 같고, 고독은 깊은 밤의 깜깜함과 같다.
외로움은 떨칠수록 깊어지나, 고독은 끌어안을수록 익어간다.
외로움은 마음이 아우성치나, 고독은 내면의 침묵이며 고요함이다.
외로움은 마음을 부석돌같이 무르게 하고, 고독은 마음을 차돌같이 단단하게 한다.
외로움은 타인을 찾으나, 고독은 나를 찾는다.
외로움은 펜을 던지게 하고, 고독은 펜을 잡게 한다.
외로움은 누군가를 기다리지만, 고독은 그 누구를 기다리지 않는다.
외로움은 지금이며, 고독은 과거를 반추하여 미래를 기억한다.
욕망,
한 마리 가젤을 잡기 위한 몸부림은 젊은 사자의 외로운 생존 투쟁이었다.
고독해진 사자는 이루어지는 그 무엇을 바라지 않는다. 오로지 사유와 인식을 바랄 뿐.
고독은 외로움을 용납하지 않으며 그리움만으로 스스로 고독해진다.
이제 고독해져야 한다.
어릴 적…
강가에서 저녁 늦게까지 놀다가 문득 고개 들어보매,
거대한 낙동강 모래사장 저 멀리 뉘엿뉘엿 넘어가던 석양과 노을을,
오늘도 반추하며 그리워하는 것. 고독의 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