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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틀무렵 Jun 01. 2022

술III – 실수(失手)하다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직장 생활 중 한때 총각시절, 고향에서 일 년 정도 근무한 적이 있었다.


동료들 거의가  객지에 혼자와 있는 형편도 그렇고,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도 그렇고,

일종의 현장 파견이라, 급여 외에 체류 수당이라는 것이 별도로 있는 조금의 여유도 있어,

날이면 날마다 술이었다.     


회사 앞 조그만, 호프집은 우리들의 아지트였다.

주인이 술이 더 없다 할 정도로 몇 박스를 비워내기도 했고,

당일에 바로 술값 계산을 하는 날도 있음에도, 한 달간 외상장부에 올려놓은 금액이, 

월급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별도 수당을 다 털어 주어야 할 정도였다.

이틀 정도 일찍 귀가하면 ‘너 어디 아프냐?’하고 어머니께서는 물으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어설프게 아까운 세월을 허비하며 보낸 시간들도, 

결혼 이후에는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정도의 술자리는 

대부분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안주거리가 별 필요가 없었다.


거의 반 이상은 불만이 조금은 내포된 회사와 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안주삼아,

사는 이야기,

아파트 이야기, 

자식 이야기, 

주식 이야기, 

잡다한 일상과 회사 일을 밖에까지 들고 나와서는 이유와 목적도 불분명한 ‘위하여’를 외치고 있었다.    

      

   순대 속 같은 세상살이를 핑계로

   퇴근길이면 술집으로 향 한다 


   우리는 늘 하나라고 건배를 하면서도

   돌아서면 등 기댈 벽조차 없다는 생각으로

   나는, 술잔에 떠있는 한 개 섬이다 


   술 취해 돌아오는 내 그림자

   그대 또한 한 개 섬이다.  - 섬/신배승 -        


이렇게 대한민국의 직장인의 평균(?)에 속하는 정도로 술자리를 갖다 보니,

가지가지 일이 발생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중에서 실수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다.          


회사 부근에 있던 재래시장 안에 아주 허름한 순댓국 집이 하나 있었다.

동료들과 가끔씩 가는 그 집은, 푸짐한 순댓국도 일미이지만, 홍어삼합이 특히 일미였다 

홍어 삭힌 고기와 돼지 편육과 묵은 김치에 막걸리를 먹는 그 안주가 특별하였는데,

그러한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대여섯 개의 탁자가 놓인 좁은 술집 안에는 늘 술꾼들로 북적이던 그런 집이었다.   

 

또한 여주인이 허름한 목로주점의 주인이라기에는 어울리지 않게,

우아하고 귀티가 나서 우리끼리는 영부인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그 집에서 막걸리로서 또 하루를 마감한 날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니 안방 한가운데 뭔지 모를 액체가 좀 고여 있었다.


나와 동시에 그것을 본 아내가,     

‘혹 당신 여기에 오줌 싼 거 아니가?’     

술 먹고 방안에 오줌을 누었다는 진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본 나로서는,

아차! 했지만 순간적으로 잔머리를 굴렸다.


손가락으로 한번 찍어 냄새 맡아보고, 입에도 대어보고는,

‘아니구먼. 그냥 애들이 물 좀 흘린 것 같네’

하며 퍼뜩 걸레질로 증거를 인멸하였다.          


흔히 콩트에도 자주 등장하는 술 먹고 화장실 간다는 것이, 

장롱 문을 열고 소변을 보았다는, 그러한 일을 나도 그랬는가 하는 스스로의 의심은,

그런가 보다 하고 아내가 무심히 주방으로 간 사이, 

혹시나 하여 장롱 문을 열어 축축한 이불을 확인하고서 확신으로 혼자 간직하였다.     


며칠 지나서 다시 만져본 장롱 속의 이불도 뽀송뽀송한 상태로 회복이 되어,

나의 이런 완전범죄를 도와주는 듯했다.     

‘이런 어째 내게 이런 일이, 이런 실수가..‘       

   

그러나, 

그 완전 범죄도 두 번째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우발적 사건에 의해 들통이 났으니.     

달포 정도가 흐른 날이었다.


더운 여름날 더위를 식히려고 똑 같이 그 집에서 가서, 한두 잔 먹은 술이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주변이 수선스러워 눈을 뜨니 방안이 엉망이었다.

이불은 밖으로 다 나와 있고, 아내는 혼자 이불을 연신 밖으로 나르고 있고,

옷가지들을 담던 종이 박스는 여러 군데가 물에 젖은 채로 벌써 현관 앞에 내동이 처져 있고, 

옷가지들이 방안에 가득하였다.     


일차 범죄의 기억이 있는 나는 무슨 일이고? 물어볼 필요도 없이 사태 파악이 되었고,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타! 이 한 마디뿐이었다.     

어이가 없는지 아내도 더 이상 바가지를 긁지 않는 것이 다행이면서도 더 미안하게 생각이 되었다.     

당시에 영업을 하면서 날마다 접대성 술로 인해 괴로워하던 나를 이해하였는가 보다.     


미안하다. 아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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