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틀무렵 Jun 15. 2022

종교와 무속, 민간신앙은 다른 것인가?

지난 대선 때 뜬금없이 무속(巫俗)이 논란이 되었다. 그 내막은 각자의 쪽에서 방어와 상대에의 비난만으로 포장됨으로 자세히 알 수가 없었지만, 종교와 무속이 무엇이 다른가 하는, 종교인이 들으면 치도곤을 맞을 만한 의문이 든 것은, 마침 그때 읽고 있던 책이 ’양복을 입은 원시인‘이라는 인간에게 내재된 원시 의식에 관한 책의 내용 때문이었다. 


책에 의하면, 

 ’미국인의 1/3이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 요구(要求) 기도‘에 대한 응답을 받는다고 믿고 있고,  

  80%는 천사와 악마가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92%는 신의 존재를 믿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저자는 중세의 미신적 믿음과 종교의식과 거의 같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종교는 신을 믿고, 이를 통해 마음의 평안과 심신을 수양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런 관점이라면 종교와 무속이 무엇이 다른가 하는 의문-평생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이 들었던 것이다.   


’병원’이라는 것은 별세계에 있던 시절, 간단한 병은 전승되어온 어떠한 조치로 낫기를 바라기도 했다. 눈에 다래끼가 생기는 소소한 질병이라도 걸리면, 속눈썹을 하나 뽑아서, 행인이 많이 다는 길 위에 돌을 포개 놓고 돌 사이에 속눈썹을 넣어놓고는, 지나가는 행인이 그것을 차게 되면 그 행인에게 다래끼가 옮겨가고 나는 치료된다는 믿음으로 어린 시절에 내남없이 그러한 행위를 하였었다.

까닭 없이 배탈이 오래가거나, 어지럼증이 생기면, 어머니 손에 이끌려 뒷집 할머니께 가곤 하였다. 그 할머니는 물 한 바가지를 장독대 뒤에 붇고 서쪽을 보고 절을 하라거나 등의 행위를 시키곤 하였다.  이런 행위 등을 ’양밥‘이라고 했는데, ’양법(禳法)의 방언인지, 자체로 표준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양법(禳法) : 신에게 기도하여 재앙과 질병을 물리치는 법.(국어사전)

     양밥 : 액운을 쫓거나 남을 저주 할 때 무속적으로 취한 간단한 조치 (문화원형 용어사전)     


그러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곧 나으리라는 기대와 함께, 어떻게든 시간이 가면 치유되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인디언의 기우제‘같은 시간의 흐름 덕분인지, 뒷집 할머니의 ’양법‘ 때문일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오랜 세월 객지에 살아온 나는,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까지 챙기지 못했음을 작년에 어머니를 여의고 누님들과 옛일을 소회 하다가 알게 되었다. 어머니께서는 말년에 얻은 병마를, 무속에 의지하여 치료되기를 비원(悲願)하셨다는 데, 나는 그때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더욱 불효의 회한에 젖어들었다. 뒤늦게 그것을 알게 된 누님이 그 무속인에게 ’노인을 미혹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경고한 후에 ’굿판‘은 멈추었다고 하나, 이미 한 두 차례의 행사로 상당한 비용을 치른 뒤였다고 한다.     


무속인에게 의지하여 병마에서 벗어나려 하셨던 어머니의 기대는 허사였으나, 어머니께서는 당신이 병마를 이기지 못한 것이, 무속인의 말대로 그 행위를 다하지 못 한때문이라는 아쉬움을 끝내 가지셨다고 한다. 

그때 어머니의 뜻대로 하여 잠시나마의 마음의 평화를 드리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누님에게 말했는데, 이는 회한과 불효의 죄를 조금이라도 희석하고자 한, 나의 얄팍한 속내를 감추는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우선, 양밥으로 표현되어 전승되어 온 민간신앙이 무속과 동일한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든다.

새벽마다 정화수 한 사발 떠놓고 자식의 성공을 기원하는 이 땅의 어머니들의 행위는 민간신앙이지, 무속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일진대, 우리는 민간신앙과 무속을 혼돈하여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무속은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무당들의 풍속과 습속이라고 되어있으니 민간신앙과는 다른 것이 아닌가?   


갈구하는 그 무엇이나, 비원 하는 바가 있을 때 신을 향해 두 손을 모으거나, 머리를 조아리는 행위와, 어릴 때 가볍게 행했던, ’양법‘ 또한 신의 영역에 있다고 믿는 무엇인가에 염원을 담아 기원하고, 이를 통해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는 것에서, 나는 아직 종교와 무속과 혼돈되어 사용되고 있는 민간신앙과 다른 점을 찾지 못하겠다.      


더구나 나약한 존재인 우리 인간의 마음 심연에는, 

신과 초자연의 힘에 의지하고픈 원시 의식이 내재되어 있음에랴.     


하지만 사람을 미혹하여 금전을 요구하며 허황된 약속과 기대를 판매하는 행위,

근거가 없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게 하는 미혹(迷惑)은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공인이 공공장소에서의 무속행위뿐 아니라 종교적 행위 또한, 추호도 비호할 생각이 없음을 덧붙인다.


                         

작가의 이전글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을 敬畏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