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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틀무렵 Jan 16. 2023

저출산 문제에 대한 삐딱한 생각

우리 사회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 중, 임산부를 배려하기 위해 지하철에 임산부용 좌석을 운영하고 있다. 지하철을 타면 좌석 발아래와 등받이 뒤편에 분홍색의 선명한 표시의 임산부용 좌석이 눈에 퍼뜩 들어온다.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한편으로는 피눈물 나는 아이디어이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임산부 좌석 바로 옆에 앉아 있었는데, 다음 역에서 젊은 남성이 타더니 내 옆자리 임산부석에 당당하게 앉는다. 미처 못 보고 그랬겠지 하는 생각에, 자리에 앉자마자 이어폰을 끼고 동영상을 보려는 그 청년에게 여기는 임산부 자리라고 말해주며 좌석 뒤의 표지판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청년은 나를 흘낏 보더니 들은 체도 아니하고 그대로 앉아간다. 순간 머쓱해지며, 웬 참견이냐고 내게 대들어 시끄러운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집에 돌아와, 약간의 분노를 섞어 아내에게 이야기했더니, 공공장소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일에 관여했다가 봉변을 당하는 여러 사건을 보지 못했냐며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참견하냐고 타이르듯 나무란다. 이야기하면 당연히 아내에게서 한 소리 들을 것을 예상했지만, 임산부를 위한 자리가 자주 그 구실을 못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던 차에 건장한 청년이 그러기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만사에 눈을 감고 둔감하게 살아가야 하는 건지, 부당한 일에는 관여하는 것이 맞는지 아직도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나이에 따라 다 내려놓고 너그럽게 세상을 보라는 주장도 있고,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나이 좀 들었다고, 장자(莊子)와 같이 무위, 무용의 자세로 유유자적하게 세상을 관조하고 살라는 말에는 아직 마뜩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지금 사는 아파트는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이긴 하나, 유모차에 실린 앙증맞은 아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오르는 일은 어쩌다 한 번 있는 정도이니, 2050년쯤에는 우리 민족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주장과 3년 내리 우리나라 인구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오늘의 뉴스가 없어도 그 심각함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그러나 오늘에야 생각하니 이는 걱정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전혀 임신한 것 같지 않은 나이 지긋해 보이는 아주머니, 심지어 남성들도 임산부 좌석에 태연히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조만간 출산율이 하늘처럼 올라갈 텐데 걱정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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