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저 속이 안 좋은데 보건실에서 좀 쉬어도 될까요?”
평소에도 막 활발한 친구는 아니지만,
오늘은 특히 히마리가 없어 보였다.
“왜 속이 안 좋아? 어제저녁을 늦게 먹었어? 아님 아침에 급하게 뛰어왔니?”
“아니요...잠을 못 자서 그런 거 같아요.”
“왜 잠을 못 잤어?”
“잠이 안 와요.”
“왜 잠을 안 와? 안색을 보아하니 스트레스 받는 일 있구나.”
“샘...실은 저, 여친이랑 헤어지고 나서 잠을 못 자고 있어요.”
“하은이랑... 헤어졌어?”
아이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에구... 며칠 동안 잠을 못 잔 거야?”
“...3일이요.”
3일.
아이는 3일 전에 하은이와 헤어진 후 잠을 거의 못 자고 멍하게 지냈던 것이다.
중간중간 심장이 두근거렸다가 가슴이 답답했다가 한숨이 나왔다가
붕 떠 있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처음부터 어두운 표정을 하고 보건실에 와서 쉬겠다고 말하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취조하듯 ‘왜’라는 단어를 남발한 거 같아 좀 미안했지만,
평소 라포가 형성된 아이라서
편하게 질문했다.
이별.
인생의 가장 큰 위기 중 하나이다.
10대에 겪던, 20대에 겪던,
한 번쯤은 겪어보는 아픔이다.
물론 주위에 첫사랑과 결혼한 사람도 있다. 이 분은 이별의 아픔이 뭔지 드라마에서만 봐서 궁금하다고 예전에 나에게 지나가는 말로 물어봤었다.
인생에서 되도록 이별을 겪지 않은 것이 좋은 건가?
아니면
한 번쯤 이성과의 이별을 겪어보는 것이 사는 데 도움이 되나?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힘든 상황에서 나 스스로 극복하고, 회복하는 힘
“회복탄력성”
나라는 사람은 이렇구나.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이렇게 힘들어하는구나.
나는 조금 느린 편이구나. 내 속도대로 가자.
그래서 나는 이별이 꼭 나쁜 경험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고통스럽지만, 그만큼 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별을 통해 나는 나를 더 잘 알게 되었고, 내 감정을 받아들이고 보듬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사랑을 하게 되더라도, 나는 더 단단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너무 힘들겠지만, 이 시간이 너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거야.
너만의 속도로, 너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회복하면 돼.”
이 아이도 언젠가 이 순간을 돌아보며, 힘들었지만 성장했던 시기였다고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