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스타 그만 보고
공부를 시작하려고
핸드폰으로 친구가 알려준 문제집 페이지 수 확인하려고 하는 순간
엄마는
“핸드폰 좀 그만 보고 이제 공부 좀 해라~!!”
이런 상황 겪어보지 못한 학부모님이나 학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그놈의 핸드폰 때문에 가정에서의 갈등이 시작된다.
평소 보건실에 자주 오지 않는 학생이
인사도 없이 보건실에 조용하게 들어왔다.
나는 행정업무에 치여 모니터만 바라보며,
“몇 학년 몇 반 이름?”
“3학년 9반 이세진이요...”
“어디 아파서 왔니?”
“여기 상처 소독...”
왼쪽 팔에 칼로 여러 번 그은 얇은 상처들이 아물어 가는 중이었다.
“뭐하다 다쳤니?”
“....”
아무 대답이 없어서 나도 말없이 소독해 주었다.
라포가 형성되지 않은 아이라
꼬치꼬치 캐묻기에는 분명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밖에서 아픈 아이들이 복도에 몇 명 있기도 해서 바로 상담할 분위기도 아니었다.
“소독 필요하면 또 와. 쌤이 언제든 해줄 테니깐”
이번에도 대답이 없이 조용히 가버렸다.
밖에 기다리던 학생들을 다 치료해 준 후
세진이 담임선생님에게 세진이 상처와 표정들에 대해 메신저로 전달하였다.
담임선생님은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고 안 그래도 잘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하셨다.
다음날 세진이랑 제일 친한 민경이가 보건실에 복통으로 찾아왔다.
“민경아, 요즘 세진이 무슨 일 있니?”
“왜요?”
평소 민경이는 보건실 단골이고 심하게 사춘기를 겪다가 몇 달 전 사춘기를 졸업한 아이다.
“세진이가 어제 보건실 왔는데 표정이 너무 어두워 보이더라고...쌤이 걱정돼서 물어보고 싶었는데 밖에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고 그래서 상처 소독만 하고 보냈어”
“아...세진이 걔 요즘 쫌 많이 힘들어요. 이제야 정신 차리고 공부 열심히 하는데
부모님이 진작에 공부하라고 할 때는 안 하고 이때까지 놀다가 고3 돼서 공부하냐고 막 뭐라 하고 구박하나 봐요.”
사춘기(思春期)는
“생각 사” 깊이 생각하거나 고민하고
“봄 춘” 새로운 시작과 성장
“기약할 기” 특정한 시기, 기간을 뜻한다.
어린이가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중요한 변화 시기이다. 보통 10대 초중반에 일어난다고 하는데, 이것도 개인차가 있는 듯하다.
요즘 사춘기가 빨리 온다고 하지만, 고등학교 때도 사춘기가 세게 오는 경우를 종종 본다. 물론 내가 보건쌤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사춘기가 없이 무탈하게 20대, 30대 쭉 살면 참 좋겠지만 그런 경우가 있을까 싶다. 내가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생애 주기별 발달 단계에서 겪는 과정에 하나로 사춘기가 있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어려움, 고통, 방황을 겪으며 세상 살아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 다음 단계인 어른이 되었을 때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이것저것 해보다가 고3에 하고 싶은 게 생겨서 공부를 하는 아이에게 응원이 아니라 구박이라니...
그 아이가 지나고 있는 사춘기는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해 가는 과정"일 뿐이다.
어른들의 기준에서 보면 "조금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각자의 적기가 다를 뿐 정답은 없다.
어릴 때는 공부보다 노는 게 더 재미있을 수도 있고, 어느 순간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고민하며 공부를 시작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그 아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지지와 격려이다.
늦게라도 자신의 길을 찾아가려는 아이에게 "이제라도 노력해서 다행이다."라는 따뜻한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사춘기는 아이들만의 몫이 아니다.
부모와 교사, 어른들도 함께 배우고 성장해야 하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