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진단명

by 김선우

으으~~...으으으...

양손으로 귀를 막고, 고통스러운 얼굴을 한 학생이

담임선생님의 뒤를 따라 보건실로 들어온다.

“보건선생님, 이 아이가 소리에 매우 예민해서 지금 힘들어하고 있어요. 좀 안정을 취해야 할 것 같아서 데리고 왔어요.”

담임선생님의 목소리에 걱정이 섞여 있었다.

아이의 양어깨가 너무 긴장해서 굳어 보였고, 귀를 막고 있는 손은 마치 세상 모든 소리를 차단하려는 듯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다가가 귀를 왜 막고 있는지 물었다.

“작은 소리가 크게 들려요. 크게 들리지 않는 소리인 걸 아는데 저한테만 크게 들리는 거 같아서 그게 더 힘들어요.”

목소리는 떨렸고 불안한 눈빛을 하며 몸을 웅크리고 앉아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어서 이비인후과를 가서 귀 검사를 받았으나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힘들어하는 아이를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보면 더 힘들 거 같아서 안정을 취하도록 했다.

그렇게 몇 번 보건실에 가끔 와서 안정을 취하곤 했다.






겨울방학이 되고 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작년에 큰 소리가 들려 힘들어했던 아이가 매우 밝은 표정으로 보건실에 왔다.


“정혜야~ 오랜만이야. 방학 잘 보냈어?”

“네, 선생님^^”

“어디 아파서 왔어?”

“아, 오늘은 배가 아파서 왔어요.”


문진을 하고 약을 주었다. 약을 먹는동안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년보다 훨씬 얼굴이 좋아진 비결이 뭔지 물어봤다.

정혜처럼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보건실에 오면 찐 조언을 주고 싶은데

선생님은 교과서에서만 봐서

<살아있는 책>, 우리 정혜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정혜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선생님, 제가 작년에 진짜 힘들어했잖아요. 소음 때문에 귀 막고 있고, 심할 때는 교탁 앞에서 선생님이 수업하는 말도 너무 크게 들렸었어요. 집에서 화나면 막 집어던져서 분노조절장애인가 싶었다가, 너무 예민해져서 친구들이랑 사이도 멀어지고 그랬는데 제가 ADHD여서 그런 거래요. 제가 많이 예민해져서 소리가 크게 들린 거고 그래서 불안해서 화가 나고 했던 거래요. 의사선생님이 그렇게 말해줬어요.”

“그렇구나. 선생님도 잘 몰랐던 사실인데 알려줘서 고마워. 그럼 지금 ADHD 약 먹고 있어?”


“네.”


“먹으니깐 좀 어때? 이전보다 좋아졌어?”


“네. 많이 좋아졌어요.”


“입맛이 떨어지진 않아?”


“입맛이 없긴 한데, 조금씩 먹으니깐 금방 배고파지긴 해요.”


“아예 입맛이 없는 건 아니어서 다행이다. 자주 조금씩 먹는 게 소화기관에는 더 좋아. ADHD 약 먹고 입맛이 없어지는 경우가 꽤 있거든. 우리 정혜가 원인도 찾고, 약도 잘 맞아서 정말 다행이야.”







DSM-5 ADHD진단기준에는 감정조절장애, 분노조절장애는 적혀있지 않다. 정신간호학에서 DSM-5만 달달 외우고 시험 보고 땡이니...이런 경험의 이야기는 소중하다.

찾아보니,

감정 조절의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ADHD는 감정을 억제하거나 관리하는데 필요한 신경 연결이 약화되어 있으며, 특히 편도체와 대뇌 피질 간의 연결이 약한 경우가 많다는 연구가 있다.


나도 학생에게서 많이 배운다.

앞으로 보건실에

마음이 아픈 학생들이 오면,

아팠던 선배들이 잘 극복했던 이야기가 담긴

<살아있는 책>으로 도움을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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