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희수 왔구나. 어서 와.”
마침 보건실에 아무도 없었어요. 옆에 있던 의자를 두 손으로 끌어당겨, 이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자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했어요.
희수는 그 의자에 앉아 잠시 뜸을 들이며 몇 초간 정적이 흘렀어요.
“선생님이 저번에 힘들면 와서 말해도 된다고 해서 왔어요.”
“그래. 잘 왔어. 그동안 힘들었던 이야기를 선생님한테 나눠 줄 수 있겠니?”
“예전에 사귀었던 남친이 제 사진을 텔방에 뿌렸어요.”
“아....”
순간 나도 모르게 “아...”라는 말이 나와버렸고,
내 입이 살짝 벌어져서 다물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저랑 사귀었을 때 찍었던 사진들을 남친 친구들이 있는 텔방에 올려서 거기 있던 다른 애들이 다른 방에 퍼트리고...”
“그런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알게 되었니?”
“거기 단톡방에 있던 남자애랑 사귀는 여친이 저랑 친해서 알려줬어요.”
“그랬구나. 너무 속상했겠다.”
"............."
무슨 말을 해야 위로가 될지 몰라서
마음속에서는 안절부절
머릿속으로 이런 말 저런 말이 막 튀어나왔다가 꺼졌다가 했어요.
"속상한 마음을 주위 사람들에게 말해서 요청해 봤니?"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사진들이 퍼졌다는 것을 알고 나서 어떤 기분이 들었니?”
......흐흐흑.
“쌤 저 정말 죽고 싶어요.”
엉엉 우는 학생을 안아주며 펑펑 울도록 등을 토닥여줬어요.
보건쌤의 도움을 받아, 담임선생님과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리고 학교폭력으로 신고했어요. 어머님은 아이가 최근 기분 변화가 심해 사춘기일까 걱정하며 아이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고 해요. 뭔가 힘들어 보여서 물어보면 화만 내고 이야기하려 하지 않아서 어머님은 답답함을 느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머님이 아이의 변화를 알아차렸지만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여요.
지금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데 너무 조급하게 답을 얻으려고 하면 아이가 부담스러워할 수 있어요.
아이가 말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강한 조언이나 해결책을 주기보다,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평소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해요.
평소 학생들이 힘든 속마음을 보건쌤에게 처음 털어놓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부모님한테 말하면 혼날까 봐.”에요.
“너 왜 그랬어!”, “왜 이렇게 말을 안 해?”라는 말보다
“네가 편할 때 이야기해도 괜찮아. 엄마(아빠)는 항상 네 편이야.”, “네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라는 말이 먼저 나올 수 있도록 평상시 아이에게 편안한 대화와 관심을 주는 노력이 필요해요.
희수는 그동안 가정에서 겪었던 예전 이야기부터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왕따 당했던 상처까지 교육청에서 지원해 주는 상담기관의 상담사님과 꾸준히 이야기하며 치료를 받아왔어요. 학교에 오는 것이 지옥 같은 나날이었고, 자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보건쌤 덕분에 졸업할 수 있었다고 편지에 감사의 마음을 빼곡히 담아 적어서 수줍게 보건실에 왔던 희수 얼굴이 떠오르네요.
희수야, 잘 살고 있니?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힘든 일을 미리 겪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사회에 나가 더 단단해진 성인의 희수를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