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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세상 Mar 12. 2022

행동의 미학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후다닥 달아나 버립니다. 리얼리티 세상은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님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시간과의 싸움에서 늘 패배하고 마는 상황에 접하고 보면 이길 수 없는 것들에 관한 과도한 욕심은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현명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생에 있어서 모험과 도전을 즐기지 않고 편안하고 익숙한 것에만 안주하려 한다면 역시나 발전은 기대할 수 없겠지요.     


행동의 미학이란 말이 있습니다.

'태초에 행동이 있었느니라'라고 쓴 작가도 있습니다.


생각한 것을 행동에 옮기지 못함은 자기에게 벌하는 가장 큰 죄라고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주인공은 고백합니다. 한 잔의 포도주를 바라보며 대사상을 꿈꾸느니, 차라리 부질없을 망정 종이비행기를 접어 풀밭 위 하늘에 띄우겠습니다.


나는 또 지난 시간들 속에서 얼마나 많은 꿈 꾸기를 하였는지. 행동보다 앞선 꿈속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허비했는지.     


아직 쓰지 않은 나의 소설이 있다면 그 주인공으로 하여금 행동의 미학을 탐미하도록 만들겠습니다. 물론 행동하기 전에 생각이 깊어야겠지만요. 생각 없이 배우고 생각 없이 행동하고 생각 없이 참고 생각 없이 사랑하는 일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오류와 실패와 추락을 가져왔는지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행동이 양식을 전제로 하지 않은 생각이나 이념과 갈등은 관념의 유희이며 자기기만입니다. 백 마디의 말, 열 종목의 계획보다 오늘 아침은 어제보다 10분 먼저 일어났고 오늘 저녁 9시가 또 하루의 시작이며 오늘 새벽과 똑같이 새롭게 시작하는 하루라고 생각하며 책상 앞에 다가와 있는 의자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지를 먼저 깨닫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생각에 취하지 말고 행동에 취해야겠습니다. 아름다운 꿈에서 깨어나서  고행에 취해야겠습니다.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승자일 것입니다. 아직은 꿈을 꾸는 계절이 아닙니다. 게으른 자만이 꿈을 꾼다고 합니다. 보석함에서 튀어나온 루비나 비취, 금강석처럼 황홀한 빛을 발하는 하루하루의 새벽과 한밤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에는 눈을 감는 것이 죄이며, 오직 눈을 끄고 있기를 요구하며 눈을 뜨고 있는 것이 축복인 계절입니다.      


지난여름이 내게 살기를 재촉했다면  지난가을은 그것에 관한 증명을 요구했으며, 그리고 겨울은 내게 더 큰 것을 담보로 화려한 결과물을 요구했습니다. 이제 시작될 봄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선은 살고 , 그리고 증명하고 그런 연휴에야 꿈을 꿀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후에 보란 듯이 나타나는 것이 결과물이겠지요.


어느 예언서에 나오는 ‘젊은이는 꿈을 꾸고 노인은 환상을 보는 시대’란 말은 종말에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선은 증명을 해야 합니다. 우선은 살고 그리고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꿈을 죽여야 합니다. 삶을 살아본 적이 없이 준비만 하는 자, 생각을 행위로 옮겨 놓지 못하는 자, 뜨고 있기보다는 감기를 원하는 자, 그들에겐 결과물이 없을 테니까요.      


헛되고 헛되다고 탄식하지만 말고 내가 살고 있는 한 평의 땅에라도 민들레를 키우고 해바라기를 심는 것이야말로 희망을 가꾸는 일일 것입니다. 생에 최고의 선택권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의 고통을 즐겁게 참아낼 줄 알아야겠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시간도 항상 즐거운 웃음과 행복에 관한 크리틱이 공존하는 나의 세상에 새로운 시간은 더욱 알차고 맛깔스러운 편집과 보기 드문 열정의 화수분으로 더욱 그 소임에 충실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시 찾아온 봄은 내게  어떤 요구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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