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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세상 Mar 31. 2022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人無十日好(인무십일호)이요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인데 月滿卽虧(월만즉휴)이니 權不十年(권불십년)이니라.’ 열흘 계속 좋은 일만 겪는 사람 없고 열흘 붉게 피는 꽃도 없도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요, 10년 변함없는 권세도 없다. 한번 성한 것은 반드시 쇠하며 권력은 오래 가지 못하고 늘 변하며 권세는 십년을 넘지 못하고 영화 또한 일시적이어서 계속되지 않는다.


인기는 물거품입니다. 한차례 바람만 불어도 사라지고 맙니다. 그러나 그 덧없음을 아는 것은 정상에서 추락했을 때입니다.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비극은 잉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리 준비하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환성이 졸지에 원망으로 바뀌고 난 후에는 이미 모든 문이 닫혀 버리고 맙니다.


뉴스를 보니 벌써 시작된 것 같더군요.

정치권력의 변화에 따라 언론이 어떻게 변신하나, 그 대표적인 예로 우리는 프랑스의 신문 모니퇴르를 말합니다.

프랑스 혁명당시 시민 편에 서서 이들을 옹호함으로써 프랑스 최대의 일간지가 되었던 모니퇴르는 시민의 힘이 약화되는 기미를 보이자 왕정의 편에 섭니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온이 황제가 되자 이를 찬양하게 됩니다. 후에 나폴레온이 엘바섬에 유배되고 루이 18세가 등장하자 재빨리 논조를 바꿔 귀양살이를 하는 ‘나폴레온은 무력한 황제이다’ 라며 나폴레온을 신나게 두들깁니다. 그 후 나폴레온이 엘바섬을 탈출하여 사정이 바뀌자 나폴레온 탈출로부터 파리 진격시까지의 3주 동안의 글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1815년3월1일_ 나폴레온은 쥐앙만에 상륙하고 그를 진압하는 군대를 연달아 격파하며 북상. 파리에 접근, 마침내 3월 20일_ 수도에 입성합니다. 이 짧은 기간에 시시각각 변한 모니퇴르의 글을 잠깐 살펴보지요.


_살인마, 소굴에서 탈출

_코르시카의 아귀, 쥐앙만 탈출

_괴수, 카프에 도착

_ 폭군 리용 통과

_ 약탈자, 수도 60마일 지점에 출현

_보나파르트. 급속히 전진, 그러나 파리 입성은 절대 불가

_ 황제, 퐁덴블루에 도착하시다

_어제 황제 폐하께옵서는 충성스런 신하들을 거느리고 궁전에 듭시었다.


3주 동안 살인마가 황제폐하로 권력의 부침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이러한 모니퇴르의 모습입니다. 비단 작금의 현실은 이보다는 못할 지언정 굳이 언론이 아니라도 너무 그러지는 맙시다. 한사람이 엄청난 잘못을 했더라도 그건 죄가 나쁜 것이지 사람이 나쁜 것은 결코 아니란 선조들의 말을 귀에 새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내편 네 편, 편가르기 해가며 지리멸렬하게 물어뜯은 자리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섰습니다. 짧지만 너무도 오랜 기간동안의 싸움이었을까, 확연히 드러나는 분탕질. 이제 모두가 하나 되어 움직여도 시원치 않을 판입니다.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어 서로를 헐뜯으며 마음을 다치게 했던 지난 시간들. 그렇게 춥게만 느껴졌던 시간들이 지나고 새로운 시간이 아무튼 시작되었습니다.


예로부터 승자는 말이 없다고 하였는데 아직도 말들이 많은걸 보니 진정한 승자는 아닌가 봅니다.  앞으로의 시간은 지금까지 견뎌온 것보다 더 많은걸 참아내야 하고 숨죽이며 지켜봐야 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당장 모든 것이 풀리진 않을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많은 것을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함께 걱정하며 차분히 새 길을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결코 빠르게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나 꾸준히 열심히 그렇게 함께 노력하며 한길로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로키산맥 해발 3천미터엔 수목한계선이 있다고 합니다. 이 지대 나무들은 한결같이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매서운 바람으로 곧게 자라지 못하는 이 나무들은 생존을 위해 무서운 인내를 발휘하고 자랍니다. 묘하게도 세계에서 가장 공명이 잘되는 명품 바이올린은 바로 이 무릎 꿇고 있는 나무로 만든다고 합니다. 온갖 역경을 헤치고 자란 나무에서 우러나는 나무의 선율, 고난과 역경을 거친 지금 그동안 어렵고 힘들게 생존했던 만큼이나 그 열매가 황금가지의 열매처럼 밝은 미래를 약속해 주리란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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