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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세상 Aug 03. 2023

아버지를 닮다

나이가 들면서 내 뒷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이 보입니다.

딸이 할머니랑 똑같다며 웃습니다.

딸이 엄마를 닮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게 웃던 내 딸도 나를 닮았으니까.


아버지가 떠나시고 늘 그리워할 뿐인 나는 아버지의 모습을 내게서 보게 되었습니다

가족끼리는 목소리가 닮는다고 합니다.

엄마네서 전화를 받는데 엄마 후배가 나더러 형님이세요? 합니다.

까르르 웃고 말았지만 닮았나 봅니다.


아버지의 정강이는 독특했습니다

정강이뼈가 날카롭게 솟아있어 어릴 적 장난칠 때면 아버지는 늘 정강이뼈로 우리를 눌렀고 우린 아프다고 살려달라 했습니다.

남들은 둥글게 생긴 뼈가 아버지는 유독 날카롭게 솟아있었습니다.


나이 드니 내 정강이가 아버지랑 닮아 있었습니다.

다리에 힘을 주고 뻗어보니 영락없이 아버지였습니다.

참 별게다 닮았습니다.

또 뭐가 닮았을까?

곰곰 내 몸을 살펴봅니다.

살집이 없는 것도 아닌데 발등에 툭 튀어나온 뼈도 닮았습니다.

뱀살이라고 엄마가 아버지를 놀리던 매끄러운 피부도 감사하게 닮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식성은 꼭 아버지입니다.

면을 좋아하고 고기를 즐기지 않는 그 식성이야말로 딱 아버지였습니다      

음식을 먹으며 자주 사레가 드는 것도 닮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기침을 하는 모습도 닮았습니다.

생필품이 떨어지기 전에 미리 쟁여놓는 것, 필체가 좋은 것, 혼자서 멍 때리는 것... 등등

그러고 보니 참 닮은 게 많기도 합니다.


누구는 발가락이 닮았다는 소설 속에서 애써 닮은 걸 찾았지만 나는 애써 찾지 않아도 보이는 족족 영락없는 아버지였습니다.  


남녀라는 성별만 다르지 거울 속에 오십 대 그리운 아버지가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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