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희미해 지기에 이쯤에서 생존을 위한 숨을 쉴 수 있으리라.
더해질 것도 덜해질 것도 바라지 않으며 포만감 없는 현실에 숨 쉬고 있지만, 나는 용케도 잘 견뎌내고 있다.
방황과 허무의 내력 없는 족보들은 그칠 줄 모르더니 어느덧 시간은 흘러 견고히 흐르는 강이 생겼다.
현재의 벽에서 우러나오는 냉철함도 그 강에는 섞여 흐르고 있었고, 지울 수 없는 노래들도 하나 둘 지워져 흐르고 있었다.
어느덧 또 다른 성이 문을 열어 내 발걸음을 허락하고 동무하여 그곳에 있어도 좋다는 눈빛을 보내지만, 이렇게 있음의 의미는 소멸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바람은 끝없이 잇닿은 곳으로 흘러가고 내 젊었던 노래들처럼 한가한 시간만이 색을 달리하여 교체된다.
예전 기억의 언덕에 있는 웃음들만 쏟아져 내린다.
잠시 더 쉬고 싶은데, 시간은 서슴없이 들이닥치고.....
이럴 때 그 누구라도 안타까운 나의 시간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지나친 눈부심은 유치한 것 같아 그저 맑음을 위해 변해있고 싶다.
광채 나도록 눈부셨던 기억은 없지만 왠지 눈부셨을 것만 같은 지난 시간의 스텝들이 가끔 살아나 나를 어지럽히곤 한다.
가끔 미덥게 덮어 주었던 그림자 하나 멀지 않은 창가에서 황홀의 바람을 날리고 있지만, 난 그저 덤덤하게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