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하고 화려하게 멋진 글을 써놔도 읽는 이의 공감이 없다면 그 글은 결코 잘 쓰였다 할 수 없습니다.
상다리 휘어지는 산해진미가 있다 한들 먹는 이가 맛을 느끼지 못한다면
역시 솜씨가 좋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 작품에 공감하는 이가 없다면 봉창 두드리기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고일 수는 없듯. 상대의 마음과 교류하는 것만이 비로소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혼자 벽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소통에는 공감대가 있어야 하거늘
무엇을 하든 나 혼자만 만족스러워한다면 이는 결국 오래가지 못하는 법입니다.
한 업종에 오래도록 종사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구태의연해진다는 것입니다.
목표를 잃은 사람은 갈팡질팡하게 되고 결국 주저앉게 되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우리는 완벽한 문장이 되기 위해 최선의 삶을 살고 있지만,
쉼표도 없는 긴 문장은 숨을 몰아 쉬게 하는 것처럼 가끔은 물음표와 느낌표,
쉼표도 적절하게 찍어주고 띄어쓰기도 제대로 해주고, 맞춤법도 거스르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의 여백이 필요한데, 그 여백을 찾는 일로 여행을 권하고 싶습니다.
잠시 쉬어가는 것이 오래도록 갈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니까요.
몇 박 몇일의 긴 여행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짧더라도 여행은 정신적인 휴식과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합니다.
어쩌면 여행은 위로만 올라가려는 우리의 피로한 삶에 옆으로 넓어지는 연습일 수도 있습니다.
한 곳에 머물러 있을 때는 안 보이던 아름다운 것들이 한 발자국만 옆으로 비껴서도 새롭게 보입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마음을 가다듬고 떠나본다면 세상이 얼마나 넓은 가슴으로 팔을 벌려
나를 맞이하고 있는지가 보일 것입니다.
머무름은 곧 퇴보입니다.
중심을 두고 떠남을 즐기는 것은 마음의 여유와 만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귀한 여백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여행이란 섬세한 감정선을 유지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그 무엇일 테니까요.
앞만 보고 달리다 가끔 지치고 쓰러질 때,
그 순간은 실패나 좌절, 또는 낙오의 시간이 아니라 내가 더 넓어지고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스스로의 방향을 다져나간다면, 긴 시간을 두고 함께하는 공감의 시간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마음의 여백을 찾아 떠나다 보면 어느 순간 길이 보일 것입니다.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도 보일 것입니다.
어차피 세상은 맘먹은 대로 되는 것도 아니기에 조급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시간은 내가 쓸 만큼 사용한 후에 다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단 진실해야 한다고 선인들은 이야기합니다.
어깨의 힘과 허리의 묵직함을 다 내려놓고 나면 비로소 내 몸이 스스로 균형을 잡게 됩니다.
그런 후 어느 순간 청천난류를 만난 것처럼 온몸이 오그라드는 꿈같은 하이라이트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여름, 기름기 쏙 뺀 무가당과 함께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만나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