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에 서점이 두 군데 있다.
한 군데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다른 한 곳은 아주 넓어 볼거리가 많아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책과 친해지기로 마음먹은 후 점심을 먹고 나면 나의 발걸음은 서점으로 향한다.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 얼마 전까지만 해도 쌀쌀했던 날씨 때문에 바깥 산책이 어려워 넓은 서점으로 가 산책을 즐겼지만 지금은 날씨와 상관없이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배도 든든, 기분도 상쾌.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점에 들어서면 향긋한 책 향기가 풍기는 것 같다. 자기 체면일까 아니면 진짜일까.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나만의 기분인 것을.
인문학, 심리학, 역사, 재테크, 부동산, 소설, 에세이 등 수없이 많은 책들이 '나를 봐주세요'라고 외친다. 이것을 볼까 저것을 볼까 계속해서 고민하다 맘에 드는 제목을 보면 책을 펼쳐본다. 하얀 속살 안에 적혀있는 까만 글자들은 옷 안에 있어 보이지 않던 문신과 같다. 한번 새기면 지워지지 않는.
소개 부분을 읽고 목차를 읽으면 책과의 인사는 끝난다. 잠깐의 만남이지만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는 기쁨에 또 다른 책들과도 눈을 마주친다. 같이 눈인사를 하는 친구도 있고, 내 눈을 피하는 친구도 있고.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 책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30분
짧은 시간 동안 책과의 교감은 일로 지친 나에게 휴식이라는 선물을 안겨준다. 딱딱한 마우스와 키보드 대신 얇은 잎처럼 부드럽게 넘어가는 하얀 종이는 나의 손에게도 또 다른 세상을 알려준다. 모니터가 아닌 책 안에 빠져드는 눈은 물속을 헤엄치듯 편안하게 글자들을 따라간다.
어느덧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얼른 자리를 피해 줘야지. 책들의 인사소리가 들린다.
'내일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