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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Jan 30. 2024

쓰레기 더미에서 피어나는 작은 평화 - 동굴교회

나의 운명은 무엇일까

이슬람 국가에서 교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집트 친구들과 모스크는 몇 번 방문했지만 교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이곳 동굴교회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라 사진만으로는 나의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가 없었다.

모카탐이라는 지역에 위치해 있는 동굴교회는 쓰레기 마을을 지나야 갈 수 있다.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콥틱’이라고 불리는 이집트 정교회에 속한 기독교인들이다.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에 약 10~15% 기독교인들이 살고 있고, 이 기독교인들은 무슬림의 차별과 박해를 피해 이곳에 모여 살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취업이 잘 되지 않아 카이로 전역에 있는 쓰레기를 모아 분리수거를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같이 간 이집트 친구차를 타고 이 마을을 지날 때 창문을 잠깐 열어보았다. 역시나 말로만 듣던 악취가 내 코를 자극했고, 바로 창문을 닫았지만 그 냄새는 한동안 차 안에 머물러 있었다. 지금은 겨울이라 냄새가 엄청 심하지 않았지만, 여름엔 악취가 엄청 심하다고 한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이는 풍경은
건물 안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
쓰러질 듯 많은 양의 쓰레기 자루를 싣고 지나가는 차,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
엄청난 양의 파리떼들.
어떻게 여기서 살 수 있을까 했지만 여기 사람들 역시 다른 지역 사람들과 다름없이 똑같이 살아가고 있었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살아가야 하다니…. 하지만 오늘 이곳을 같이 간 ‘Maikel’이라는 친구도 콥틱이지만 회사에 취직하여 남들과 똑같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재는 많은 콥틱 사람들이 공무원도 되고 회사 사장도 되고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현재까지도 차별이 심했다면 이 친구도 못 만났을 것이다.

쓰레기 마을을 지나 동굴교회에 가까이 왔을 때 역시나 검문소가 세워져 있었다. 테러 발생을 막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량들을 검문하는 것 같았다. 이 검문소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뭔가 평화로운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길거리도 깨끗했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여유가 있어 보였다.


입구에는 주변 돌산을 그대로 이용한 건물이 있었는데 주변 풍경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이 건물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 보니 넓은 주차장과 동굴교회로 보이는 건물이 보였다. 특히 돌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한층 더 안정감을 더해 주었다. 그리고 넓은 주차장에는 차들도 많이 세워져 있었고, 많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도 보였다. 주말이라 그런가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Maikel이라는 친구도 어렸을 때 와보고 거의 20년 만에 다시 와 본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둘은 동굴교회 입구를 찾느라 주변을 몇 번이고 헤맸다. 넓지 않은 곳인데 입구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입구를 찾느라 돌아다니면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었다. 역시나 교회가 있는 곳이라 예수님과 십자가 조각과 그림들이 무척 많았다. 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이런 곳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 모스크에 갔을 때도 그렇고 교회에 왔을 때도 그렇고. 이것이 종교가 가진 힘인가?


드디어 입구를 찾았다.
철문으로 막혀있는 입구에 겨우 한사람 통과할 수 있는 조금한 문을 지나면 지하로 들어가는 느낌의 터널을 지나야 하는데 이곳을 지나면서 과연 어떤 곳일까 무척 궁금해졌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내 눈앞에 펼쳐진 동굴교회. 사진으로 봤던 모습과 같았지만 느낌은 완전 달랐다. 사진만 봤을 때는 그냥 ‘돌산을 깎아 만든 교회네’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지만
실제 봤을 때는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웅장했고 멋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 생각을 했을까? 정말 궁금했다. 군데군데 깎아 놓은 벽면에 그려 놓은 예수 그림과 벽면 사이사이 지어 놓은 조금한 건물. 특히 예배 강단은 깊숙이 돌산을 깎은 부분에 자리해 있었다.


예배 강단에서 올려다본 동굴 교회는 왜 사람들이 여길 와보라고 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보면 운동 경기장 같은 느낌도 나고, 공연하는 극장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주변의 돌산이 이곳은 동굴교회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었다.


예배석 사이사이를 지나 꼭대기로 올라가니 동굴교회가 한눈에 보였다. 정말 이곳에 사람들이 꽉 차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강단에서 크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 목소리가 예배석을 따라 점점 커져가는 구조가 조금한 세상에서 넓은 세상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전달하려는 느낌을 주었다. 또한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느낌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아래에서 위를 봤을 때는 웅장함이 느껴졌지만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는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꼭대기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멀리 차를 타고 올라온 쓰레기 마을도 보이고 우리가 헤맸던 동굴교회 주변의 풍경도 볼 수 있었다.


다시 밑으로 내려오면서 반대편 벽면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을 유심히 보았다. 그림들이 무슨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동굴 교회는 하얀 돌산 파인 곳에 예배 장소를 만든
15,000명 수용 가능한 중동 지역 최대 교회라고 한다. 이 교회의 정식 명칭은 모카탐 시몬 교회. 1969년 정부 정책에 따라 모카탐으로 이주하게 된 카이로 곳곳의 쓰레기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신앙을 위한 공동체를 이 동굴 깊은 곳에 세우게 되었다. 동굴과 언덕에 세우게 된 교회들은 1989년
성인으로 추앙받은 ‘시몬’을 통해 기적이 일어난 1000주년을 기념해 지금의 동굴 교회를 세우고 그 이름을 세인트 시몬 교회라고 짓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예배 강단에는 성인으로 추앙받은 ‘시몬’을 기리는 물건들과 그림들이 있었다.


이렇게 동굴교회를 둘러보고 나와 Maikel과 같이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바로 교회 입구에 있는 조금한 가게에서 파는 빵과 함께. 사람들이 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조금한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오늘 경험한 동굴 교회를 다시 한번 생각하며 빵을 먹었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다시 차를 타고 쓰레기 마을을 빠져나왔다. 다시 지나가는 쓰레기 마을이 이젠 낯설지가 않았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살고 싶어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에게 주어진 운명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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