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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Jun 17. 2024

다시 달려보자

Restart up

숨 가쁘게 달려온 한 달.

눈만 뜨면 그날 할 일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몸은 자동적으로 그날 할 일을 알아채고 움직인다.

온 공장이 새까만 석탄으로 가득 찼던 시간.
하지만 이제는 다시 빨아놓은 나의 작업복 같이 깨끗해진 공장.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온 시간.

땀을 뻘뻘 흘리며 아파하던 딸 옆에서 간호를 했고,
그 간호 덕에 아픈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난 것처럼
나의 자식 같은 공장도 드디어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왔다. 현장을 가득 채웠던 장비들과 작업자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지저분해진 주변이 약간의 상처만 남기고 모두 깨끗해졌다. 모두들 너무나 고생했던 그 시간.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다시 원료를 넣는 그 순간.
운전실 안에 있는 모니터를 응시하며 숨죽여 지켜보는 시간. 몇 초 뒤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다시 공장이 돌아가는 것에 기뻐했다. 처음 원료가 들어갔을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원래 처음이었던 것처럼 모두들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이제는 조금 편안해졌다.
처음이 아니고 두 번째였기에.
다시 잘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기에.

운전실에 앉아 있는 운전원들의 모습도 달라 보였다. 공장이 한번 꺼지고 나니 다들 그전보다는 더 집중해서 운전에 임하는 것 같았다. 다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제 다시 일어섰기에 뛸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조금씩 원료의 양도 늘려갔다. 그전보다는 좀 더 빠른 속도로. 공장도 첫 운전으로 워밍업을 했기 때문에 두 번째인 이 시간은 더 많은 원료를 짧은 시간에 받아들일 수 있었다. 40%, 50%, 60% 점점 올라가는 공장 가동률만큼 나의 성취감도 따라 올라갔다. 두 번째인 만큼 자신감도 더 충만했다.

하지만 끝내 100%까지 가동률을 올리지 못했다. 문제가 되었던 Regenerator(재생기)의 온도가 너무 높아 원료를 더 이상 넣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장을 새롭게 정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시간을 가지고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100% 가동률까지 올리지는 못했지만 공장의 일상은 예전으로 돌아갔다. 약간은 평화로운 시기가 찾아왔다.
바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지 않고,
업체에게 계속해서 전화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천천히 남은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시간.
이제야 고개를 들어 푸른 태국의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제는 다시 탄광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건강한 모습의 공장 구석구석을 웃으며 돌아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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