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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Jun 15. 2024

강력한 물총

Exchanger cleaning

매일매일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현장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나를 한시도 가만두지 않았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다른 작업이 시작되었다.

열교환기에 가득 차 있는 석탄 덩어리를 제거하는 작업이었다.

열교환기는 공장이 돌아가는데 서로 다른 물질의 열을 주고받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장치이다. 온도를 높여야 하는 물질이 있고 온도를 낮춰야 하는 물질이 있는데 각각 다른 기기를 이용해 온도를 조절하면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열교환기를 이용한다. 즉, 철판을 사이에 두고 뜨거운 물질과 차가운 물질이 서로 교차하며 서로의 열을 주고받는 것이다.

이 열교환기 안이 석탄 덩어리로 가득 차 있었다. 가운데는 구멍이 작은 관이 수십 개 설치되어 있는데 그곳마저도 꽉 막혀버린 것이다. 꼬챙이로 일일이 깰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었다.

확인해 보니 이런 경우에는 Jet cleaner(제트 클리너)를 이용해 제거한다고 했다. Jet cleaner는 고압의 물을 분사시켜 좁은 관을 청소하는 장비이다. 고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전문업체를 이용해야 했고 전문가만이 이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장비를 보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했다. 세차장에서 차에 물을 뿌릴 때 쓰는 장비가 바로 Jet cleaner와 비슷하다. 다만 물의 압력이 훨씬 높을 뿐이다.

드디어 클리닝 장비가 현장에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온몸을 coverall로 감쌌다. 머리에는 안전모를, 눈에는 안전고글을, 코와 입에는 마스크를 쓰고.

넓은 공간에 열교환기에서 꺼낸 tube siede(좁은 관이 수십 개 붙어 있는 열교환기 내부 장치)가 쭉 늘어서 있다. 작업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한 곳에 모아놓은 것이다. 좁은 관마다 가득 차있는 석탄 덩어리를 보니 내 마음도 답답해졌다.

'과연 저 딱딱한 것들이 깨끗이 없어질까?'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시끄러운 모터소리와 함께 작업이 시작되었다. 강력한 물줄기가 딱딱한 석탄에 부딪히는 순간 주변으로 석탄파편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하지만 시커먼 석탄 덩어리와 함께 나타난 무지개. 투명한 물과 시커먼 석탄 그 사이에서 그 둘을 지켜보는 무지개. 잘 마무리될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을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앞으로만 튀던 물과 석탄덩어리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바로 뒤로 나가게 된 것이다. 뚫린 것이다.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녀석들이 물의 성화에 못 이겨 뒤로 밀려나는 상황이었다. 내 속이 뻥 뚫린 느낌이었다.

깨끗해진 열교환기가 햇빛을 받아 더 빛나보였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강력한 힘을 받았으니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을 해야 했다. 깨지거나 뚫린 부분이 있다면 보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확인 작업을 하지 않고 그냥 설치했다면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모든 관 앞뒤를 막고 고압의 질소로 leak test(누설 검사)를 진행했다. 압력을 측정할 수 있는 계기를 설치하고 압력을 올렸다. 계기의 눈금이 왼쪽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계기의 바늘은 자꾸만 움직였고 세는 곳을 찾기 위해 비눗물을 뿌려 확인했다. 세는 곳에서 발견되는 비눗방울. 아이들은 비눗방울을 좋아하지만 우리에게는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존재.

세는 부분은 용접을 통해 수리를 하고 다시 누설 검사를 시작했다. 세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된 이 작업. 우리 모두 지쳐갈 때쯤 비눗방울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수리를 마친 Tube side가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이제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돌아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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