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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Jun 19. 2024

에피소드

스킨스쿠버를 배우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큰 아픔을 겪고 한층 더 성숙해진 공장은 그전보다 더 잘 돌아갔다.

매일 아침 출근해 '싸와디캅' 운전원들과 인사를 하고,
모니터 앞에 앉아 밤새 문제는 없었는지 운전 상황을 점검하고,
하얀 헬맷을 쓰고 시원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현장을 확인하는 일상.
이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곧 있으면 태국 최대의 명절 '송크란'이다. 4박 5일의 휴가. 언제 또 현장에서 이렇게 길게 휴가를 받을 수 있을까. 평생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 이 기회를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힘들게 고생했던 나에게 멋진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꼬따오
'따오'는 거북이라는 뜻으로 거북이처럼 생긴 조금한 섬이다. 태국에서 유명한 스쿠버다이빙의 성지이다.  친한 동료의 권유로 같이 가게 된 이곳. 물속의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에 호기심 반, 걱정 반이었다. 전혀 수영을 못하는 나에게 잠수란 두려움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섬에 도착하자 두려운 마음은 싹 사라졌다. 아름다운 해변과 멋진 노을 그리고 푸른 바다를 보는 순간 '저 물속 세상은 더 멋지겠지'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이틀 동안 수영장에서 기초 수업을 받았다. 나와는 전혀 다른 일과 지역에서 온 사람들과 같이 수업을 받으며 물과 점점 친해져 갔다. 제일 힘들었던 점은 물속에서 귀가 아파질 때 코를 막고 입을 다문채 숨을 내쉬어 귀를 뚫어내는 이퀄라이징 훈련이었다. 몇 번이고 해 보아도 귀는 뚫리지 않고 아프기만 했으니. 하지만 이것도 잠깐, 물에 들어가겠다는 의지 하나로 이것도 어느 순간부터는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드디어 바다로 나가는 순간.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섰을 때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햇살과 그 햇살의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 그 가운데 수많은 다이버들을 태운 배들.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이제 바다로 들어갈 시간이다. 하지만 배 끝에 서있는 나. 움찔움찔하기만 하고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먼저 뛰어내린 동료의 소리침 만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뛰어내려야 하는데... 이 잠깐의 시간이 거대한 존재 앞에서 내가 얼마나 사소한 존재인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앞의 조금한 인간이라는 존재 한 명.

하지만 바닷속 세상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지고 웅장했다.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기분. 파란 세상 속을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들에게 인사를 하고,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난파선을 내 눈에 담았다.

나의 첫 다이빙을 축하해 주듯 평생 한번 보기 힘든 고래상어도 내 옆으로 지나갔다. 처음에는 거대한 고래가 나타나 무서웠지만 특별한 경험은 평생 간직할 추억으로 바뀌었다.

4박 5일간의 특별한 휴가.
해외 현장에서 근무하면 이렇게 긴 시간 휴가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한창 바쁠 때는 휴일도 연휴도 없이 일을 했기에. 이 휴가는 그래서 나에게 특별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나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기에.

이제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때가 온 것 같다. 저 바다 멀리 붉은빛을 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태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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