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아파파 Jun 21. 2024

메니져가 되다

성장하는 시간

또다시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메니져께서 한국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아직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았는데. 


힘이 살짝 들어간 악수와 다정히 나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메니져님의 손길이 느껴졌다.


'이 프로젝트 잘 마무리해줘요.'


말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메니져님이 안고 계셨던 무게가 느껴졌다.

평소와 같이 잘 돌아가는 공장. 하지만 누구나 상처를 하나씩은 갖고 살 듯 공장도 해결되지 않은 아픔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이 문제들은 이제 내가 해결해야 했다. 메니져가 되어, 끝까지 나와 함께 할 후배 한 명과 함께.

하나둘씩 비어 가는 책상과 의자가 나의 마음을 더 허전하게 만들었다. 많은 힘든 시기와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냈던 동료들은 대부분이 떠나고 그들과 함께 했던 책상과 의자만이 덩그러니 눈앞에 남아있다. 사무실은 그대로인데 그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이제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있었다.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

현장이 한창 바쁠 때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현장으로 들어왔다. 우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마차가지. 현장에 오자마자 인사를 돌릴 때 대부분 사람들은 그려려니 한다. 일이 너무 바쁘니까. 하지만 일이 마무리되고 복귀를 한다고 인사를 다니면 아쉬운 듯 악수를 하고 "고생했어요" 따뜻한 말을 건넨다. 여유가 생긴 듯.

이제 이런 풍경도 없을 것 같다.
이제 나보다 먼저 갈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다음 차례는 나였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일이 있었다. 이것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나 또한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이제 이 프로젝트의 시운전을 책임지는 메니져로서 해 나가야 했다.

어깨가 무거웠다. 발주처와의 미팅도, 일을 해결해 나가는  것도 이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했다. 메니져님의 자리에 내가 앉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에게 큰 기회였다.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 프로젝트지만 그 프로젝트를 시운전 메니져로서 이끌어 나간다는 것. 이것보다 더 값진 경험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사원 때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를 대리가 되어 한 현장의 메니져까지 해볼 수 있다는 것. 그만큼 나를 믿는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 믿음을 이제는 성과로 보여줘야 할 시간이다. 남아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나의 실력을 보여줄 시간이다.

이전 15화 에피소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