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화를 냈습니다.
자꾸 반복되는 잘못에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어요. 어찌 보면 '그럴 수도 있지'하며 넘길 수도 있겠지만 처음이 아니기에 화를 낼 수밖에 없었어요.
노는 것을 좋아하는 딸입니다. 친구들과 노는 것도, 엄마와 아빠랑 노는 것도, 혼자 노는 것도 모두 다 좋아하는 딸이에요. 항상 밝은 웃음으로 친구들과 노는 모습이 예쁜 아이지요. 집안에서도 엄마, 아빠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랍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인데 자꾸만 엄마, 아빠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큰 잘못도 아니에요. 숙제를 안 한 것, 숙제 안 했으면서 했다고 거짓말한 것. 이게 다예요. 그럴 수 있죠. 저도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숙제하기 싫어서 엄마한테 거짓말하고 학교에 그냥 간 적도 있으니까요. 제가 해봤으니까, 어떤 마음인지 아니까, 그런데도 자꾸만 반복되니 참을 수가 없었어요.
"내일 주산하는 날이니까 오늘 주산 숙제 다 하자. 알았지?"
"오늘 독서록 쓰는 날인 거 알지?"
"주말에 여행 가면 숙제할 시간 없으니까 일기도 그전에 다 쓰자."
계속해서 반복되는 말.
하자.
알지?
했어?
다른 아이들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니까. 그런데 부모마음은 아닌가 봐요. 내 자식이 알아서 척척 해주길 바라는 것 같아요. 한번 이야기하면 다음번에는 말하지 않아도 "엄마 나 다했어. 봐봐." 해주길. 그런데 욕심일까요? 아마 이렇게 한 적도 있었을 거예요. 근데 이상하게 기억 속에는 하라고 이야기한 기억만 남아있네요.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숙제 많지도 않잖아. 하면 금방 할 수 있는 건데 왜 안 하는 거야. 그래 안 할 수 있어. 그럼 안 했다고 하면 되지 왜 했다고 거짓말하는 거야. 엄마 아빠가 다했어 물었을 때 검사 안 하는 것은 너를 믿으니까 그러는 거야. 그런데 넌 그 믿음을 깨버렸어.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아이를 다그쳤죠. 눈에 눈물이 조금씩 고이는 모습이 보였어요. 다른 때 같았으면 그만하고 안아줬을 텐데 이날만큼은 멈출 수가 없었네요.
"울지 마. 뭘 잘했다고 울어. 보기 싫어. 거짓말하는 게 제일 나쁜 거야. 숙제 안 한 건 이해하는데 자꾸 거짓말하는 건 혼나야 돼."
결국 울음을 터뜨렸죠. 그것도 아주 크게. 펑펑, 엉엉. 대부분 딸을 혼내는 것은 아내의 몫이에요. 저는 달래주는 역할을 하고요. 그래서 그런지 엄마가 화낼 때는 잘 울지 않던 아이가 제가 혼내면 바로 울어버리네요. 아마 자기를 달래줘야 하는 사람이 혼을 내니 자기편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침에 나오기 전 딸의 이마에 뽀뽀를 하고 나왔어요. 화낸 것이 너무 미안해서. 잘못한 것에 대해 혼나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게 혼내고 나면 제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즐겁게 지내는 시간도 아까운데 화내고 우는 시간이 차지해 버렸으니. 원래는 저녁에 자전거 타기로 했었는데 이 일로 없던 일이 되어버렸죠. 저도 오랜만에 자전거 타는 거라 기대했거든요.
하지만 저는 딸을 믿어요. 이런 시간은 잠깐이라고. 조금이라도 이해했을 거라고. 그리고 안 믿을 수도 없잖아요. 제 딸인데. 딸이 커가면서 앞으로도 화낼 일이 계속 생기겠지만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절대로 변할 일이 없죠. 딸이니까. 제가 제일 사랑하는 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