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복덩아…………..
9월의 시작은 뜻밖의 선물로 시작되었다. 좀처럼 미련을 버리지 못한 시아의 동생. 그 뜻밖의 새 생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행복했던 그 시간들은 쌀쌀해진 날씨처럼 조금씩 우리의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10월의 중순. 새 생명은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채 미세한 숨소리도 우리에게 들려주지 않았다.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네요”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에 모두들 숨을 죽이고 아내가 나오기 만을 기다렸다.
“다 나가있어”
아내는 나와 시아에게 나가있으라고 하고 의사 선생님과 둘이서 이야기를 한 후 거대한 철문같이 무거운 그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나와 시아를 보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듯 그 자리에 주저앉은 아내. 무음으로 처리한 듯 아무 소리 없이 쏟아지는 눈물이 나의 마음을 더 찢어댔다. 크게 소리라도 내면서 울었으면 더 나았을 텐데….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나 배고파. 우리 마트에서 가서 밥 먹고 장 보자.”
울음을 멈추고 그녀가 한 말이었다. 더 마음 아픈 그 한마디.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복덩이를 떠나보내기 위해, 사랑하는 시아를 위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 그 모습이 더 안쓰러웠다.
“나 이제 다 할 거야. 술도 마실 거고, 회도 마음껏 먹을 거야.”
“우리 같이 자전거 여행할까? 아니면 다음 주에 여행 갈까?”
잠깐이었지만 하지 못했던 그 일들을 쏟아냈다. ‘이러한 일들을 하지 못해 얼마나 힘들었을까?’가 아닌 복덩이를 보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더 안쓰러웠다.
우리에게 온 그날부터 복덩이는 유명 연예인처럼 우리에게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너무 빨리 알게 된 임신 사실, 산부인과에 가서도 이 녀석은 우리에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찾은 병원. 복덩이는 우리에게 살고 있는 집만 보여주었다. 아직 생명이라 하기에 너무 작은 녀석.
긴 추석 연휴의 머나먼 여정이 힘들었는지 복덩이는 엄마에게 빨간 메시지를 보내왔다. 급하게 서울로 올라가 찾은 병원.
“절대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절대 안정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절대 안정이라는 것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하루종일 침대에서 일어나지 마세요.”
의사의 말에 우리 모두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복덩이는 잘 버텨냈다.
또다시 일주일이 지나고 너무 작은 요 녀석은 드디어 희미하게나마 우리에게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미세하게 들리는 심장소리. 너무나 약했지만 잘 자라고 있다는 선생님의 그 한마디에 우리 모두 너무 기뻤다. 지난주 너무 힘들었지만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걱정 말라고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병원 가기 이틀 전부터 복덩이의 빨간 메시지가 또다시 우리의 마음을 흔들었다.
“왜지?”
불안한 마음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게 복덩이는 우리 곁을 떠나갔다. 조용히 그것도 아주 조용히…………….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기쁨과 설렘 그리고 중압감이 나의 몸을 휘감았다. 아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둘째에 대한 미련이 드디어 실현이 되고 그 실현이 비눗방울처럼 사라져 버린 지금. 없었던 일로 생각하기에도, 추억으로 남기기에도 너무나 어려운 시간들.
시아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라고 하는 것일까?
힘든 시기, 우리에게 더 힘들지 마라고 떠난 것일까?
내 머릿속에는 알 수 없는 무수한 단어들만이 떠돌고 있다. 어떻게 조합을 해야 할지,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어떤 것을 지워야 할지, 누구도 나에게 가르쳐주지 않을 그 시간 속을 헤매고 있다.
나보다 충격이 더 컸을 아내가 나보다 더 강하게 일어나려고 하는 보습을 보며 나 또한 더 힘을 내려한다.
잠시 스쳐간 인연.
그 인연을 마음에 묻고 현재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인연의 끈을 더 튼튼히 만드는 일.
내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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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나마 행복했어.
잠시나마 찾아와 줘서 고마워
이제 안녕.
잘 가 복덩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