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프로젝트를 맡다

스케줄 & 인력계획

by 시아파파

1년 동안의 첫 프로젝트 수행을 마치고 본사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미 여러 개의 실행 프로젝트 준비와 견적 프로젝트로 본사도 정신없이 바빴다. 이때까지 제대로 본사 근무를 해보지 않았기에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첫 프로젝트도 입사 후 6개월 만에 파견을 가게 되었고, 신입사원이었던 나에게 주어진 일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시운전 업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맛은 볼 수 있었다.


드디어 팀장님께서 업무를 주셨다. 이제 막 시작하는 프로젝트인데 시운전 매니저 선임이 어려워 당분간 혼자 맡아서 하라는 것이었다. 매니저도 없는데 나 혼자서?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내가 잘해나갈 수 있을까? 뭐부터 해야 하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마음을 다 잡고 첫 프로젝트에서 준비했던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팀장님과 선배님들에게 물어보며 차근차근 하나씩 프로젝트 준비를 시작했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는 태국에 건설하는 Refinery (정유) 공장으로 ARDS, FCC, ERU, PRU, SRU, ARU, SWS 등 다양한 공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아래 노란색 부분). 그중 중요한 공정으로는 Atmospheric Residue Desulfurization (ARDS) 중질유탈황시설로서 *AR 중에 포함된 황과 금속 성분을 수소 첨가 반응으로 제거하는 공정, Fluidized Catalytic Cracking (FCC) 유동접촉분해시설로 ARDS를 거쳐 정제된 AR을 고온, 고압의 촉매와 함께 반응기에 넣어 AR 분자를 작은 분자로 분해해 가솔린 등을 만들어내는 공정 등이 있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우리 회사 단독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와 같이 진행하는 Joint Venture (JV)로 두 회사의 협력이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정유 공정 흐름도

제일 먼저 한 일은 프로젝트부터 알아가는 것이었다. 프로젝트팀으로부터 계약서와 설계팀으로부터 도면(*PFD, *P&ID, *Plot Plan)을 받아 어떤 공정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프로젝트의 크기는 얼마인지, 프로젝트 기간은 얼마인지 등을 공부해 나갔다. 일반적으로 견적 단계 때 각 공정을 알기 쉽게 공정팀에서 정리해 둔다. 이 자료를 받아서 공부하면 쉽고 빠르게 어떤 공정인지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각 공정 별로 설계담당자가 있기 때문에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물어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시운전은 설계 자료를 바탕으로 모든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설계 부서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한다. 그래서 프로젝트 초기 때 각 공정별 담당자들에게 인사를 하러 일부러 다녔다. 왜냐하면 이메일이나 전화보다 직접 찾아가서 얼굴을 익히고 몇 마디 이야기를 하면 나중에 일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잠깐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 년 동안 그리고 현장에서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내에서 인맥 형성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어느 정도 프로젝트를 파악한 후에는 각 공정 별로 대략적인 스케줄을 작성했다. 어떤 공정이 먼저 살아야 하고 나중에 살아야 할지를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 스터디는 필수였다. 공정 별 스케줄 작성이 완료되면 프로젝트 팀에게 공유를 하고, 각 공정 별로 시운전 수행 작업에 대한 스케줄도 만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Line cleaning(배관 내 이물질 제거)를 언제부터 언제까지 진행할 것인지, Reinstatement (배관 연결 작업)를 언제부터 언제까지 수행할 것인지 등 공정 별로 시운전 작업을 엑셀이나 스케줄 작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들었다. 각 작업별 스케줄은 첫 현장에서 경험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만약 경험이 없었다면 각각 작업이 완료되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감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신입사원들도 입사하면 바로 현장으로 보내는 것 같았다. 특히 시운전은 현장 경험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한 프로젝트만 제대로 끝내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거리낌이 없어진다.


스케줄이 완성되고 그 스케줄에 맞게 인력 계획을 세웠다. 인력은 실행 전 견적 단계에서 작성해 놓은 것이 있기 때문에 확인 후 상황에 맞게 수정해 나갔다. 왜냐하면 견적 때와 실행 때 변경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부분은 현장 파견 시점과 현장 수행 인원수 / 기간을 정하는 것이었다. 시운전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건비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다. 비록 견적 때 계획을 많이 바꿀 수는 없었지만 정확한 근거만 있으면 수정이 가능했다. 왜냐하면 견적한 사람과 수행하는 사람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에도 견적을 직접 하지 않아 수행 때 살펴보니 현장 작업자 수가 너무 적게 잡혀있어 인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었다. 왜 적게 잡혀 있는지 확인해 보니 입찰 때는 많은 금액을 써서 내면 탈락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금액을 줄여서 냈던 것이었다. 이 당시 한국 플랜트 업체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서 저가수주가 많이 발생했고 나중에 이것이 큰 문제가 되었다.


이렇게 점점 프로젝트 수행에 익숙해지고 일이 재미있기 시작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고, 주변에서도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니 더 일할 욕심도 생겼다.


* AR(Atmospheric Residue) : 정제 과정에서 유체화된 석유에서 잔류하는 높은 끓는점의 유분으로, 보다 낮은 끓는점 유제품(휘발유, 디젤 등)을 추출한 후에 남는 물질

* ERU(Ehtylene Recovery Unit) : 에틸렌(ethylene)을 가스 상태로 회수하여 활용하는 장치

* PRU(Propylene Recovery Unit) :프로필렌(propylene)을 가스 상태로 회수하여 재활용하거나 추가 가공하는 장치

* SRU(Sulfur Recovery Unit) : 공업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황화수소(Hydrogen Sulfide)를 환원하여 순수 황(sulfur)으로 회수하는 장치로, 환경 보호와 황 제품 생산에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음

* ARU(Amine Recovery Unit) : 가스 처리 과정에서 사용된 애민 솔루션을 회수하고 재생하여 재사용하는 장치로, 가스 정제에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

* SWS(Sour Water System) : 정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황화수소와 아미노화합물이 포함된 물을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환경규제를 준수하고 유용한 화학물질을 회수하기 위해 사용

* PFD(Process Flow Diagram) : 공정, 제조 또는 시스템의 주요 단계와 장비 간의 관계를 간략하고 그림으로 나타낸 도식화 도구로, 복잡한 공정을 시각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사용

* P&ID(Piping & Instrument Diagram) : 공정 시설의 파이프 배관과 계측기, 제어기, 밸브 등의 계기 장비 간의 관계와 연결을 그림으로 표현한 도식으로, 공정 제어와 운영을 이해하고 설계하기 위해 사용

* Plot Plan : 산업 시설이나 건물 등의 부지 내에서 장비, 건물, 도로, 파이프 등의 위치와 배치를 2차원 도면으로 표현한 계획도로, 시설의 구성과 공간 활용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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