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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Oct 28. 2023

산소를 제거하라

Inerting(O2 free)

Commissioning 작업 중 가장 마지막 작업이 남았다. 바로 배관과 기계 안에 머물고 있는 공기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이 작업을 Inerting이라고도 하고 O2 free라고도 한다.

Hydrocarbon(탄화수소)로 이루어져 있는 원료를 공장에 넣기 전에 잔존하는 산소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 제거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바로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산소를 제거하는 이 작업은 Commissioning 마지막 작업일 뿐 아니라 공장을 돌리기 전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어떻게 산소를 제거할까?


산소를 제거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질소를 이용해 산소를 제거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스팀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질소를 이용하는 방법은 배관이나 기계에 호스를 연결하여 질소를 주입해 산소를 밀어내는 방법이다. 구역을 정해 질소를 넣고 압력을 올려 산소를 밀어내는 방법이 있고(Air blowing과 비슷한 방법), 끝 부분의 밸브를 열어놓고 계속해서 질소를 흘려보내는 방법이 있다. 이 중에 압력을 올리는 방법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그 이유는 계속해서 질소를 흘려보내는 방법은 질소 사용량이 많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효과도 압력을 올려서 하는 방법이 훨씬 더 좋다.

스팀을 이용하는 방법은 높은 곳의 밸브를 열어놓고 밑에서부터 스팀을 넣어 내부의 산소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 방법은 뜨거운 스팀이 들어가기 때문에 다시 한번 내부 클리닝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좋은데 왜 이 방법을 다 사용하지 않을까? 이 방법을 이용하려면 설계 때부터 Steam out이 고려된 디자인이 되어 있어야 한다. 바로 배관에 칠하는 페인트가 열에 잘 견디는 제품으로 반영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스팀을 공급했을 때 페인트가 타거나 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열에 잘 견디는 페인트가 반영되지 않은 부분을 steam out 해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Steam out 도중 일부 구간에서 점점 녹아내리는 페인트를 보고 깜짝 놀라 스팀 공급을 중단하고 다시 페인팅 한 부분도 있었다. 꼼꼼히 잘 살폈다고 생각했는데 일부 구간 확인을 놓쳐버린 것이었다. 바로 매니저님께 보고 드리고 공사팀에서 보수 작업을 할 수 있게 조치를 취했다. 얼마나 황당했던지.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는 실수였다. 조금만 더 세심하게 살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었는데.

그리고 기계는 진공 조건의 디자인이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Steam out을 마무리한다고 밸브를 잠갔다가 스팀이 식으면서 내부 압력이 줄어들어 진공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 우리 현장에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정말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Steam out의 마무리 작업은 정말 신중히 해야 한다. 그래서 기계 보호를 위해 진공 조건을 적용하는 것이다.

하루에서 이틀정도 밤새도록 스팀을 공급해 주면 대부분의 산소는 제거된다. 이제 Inerting 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위쪽을 밸브를 잠가 아주 살짝만 열어둔다. 그 이유는 갑자기 진공상태가 되어 기계나 배관에 손상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렇게 밸브를 점점 잠그는 동안 한쪽에서는 질소를 공급해 준다. 스팀이 사라져 버린 공간을 질소로 채우는 것이다. 그리고 아래쪽의 밸브는 모두 열어서 물로 변한 스팀을 빼주어야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물이 나오지 않으면 아래쪽 밸브를 하나씩 천천히 닫고 위쪽의 밸브로 모두 잠근다. 그러면 내부 압력이 올라가게 되는데 대기압 보다 조금 높게 유지시켜 주면 모든 작업이 끝난다.

이 작업이 모두 끝나고 발주처에 마지막 사인을 받는 순간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많은 작업들이 우리의 손에 하나씩 하나씩 끝나 마지막까지 왔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이젠 시운전의 꽃인 운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작업들은 공장을 돌리기 위한 준비작업에 불과했다. 이제 본격적인 시운전의 진짜 업무가 눈앞에 다가왔다. 과연 어떻게 공장이 돌아가는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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