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오르는 시간

by 루나

겨울 아침,

유난히 유명한 챠이나타운의 딤섬집 앞에 서면

문을 열기도 전부터 사람들 목소리가

유리문 틈을 비집고 밖으로 흘러나온다.

안에서는 찜통이 숨을 쉬듯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차가운 아침 공기와 뒤섞인 그 온기가

손끝보다 먼저 마음을 데운다.


문을 밀고 들어서면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른 써빙여자들이

카트를 끌고 다닌다.

여러 단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대나무 찜기들 안에 들어있는 만두들,

뚜껑을 열고 닫는 짧은 소리,

눈짓과 손짓으로 오가는 알 수 없는 소통들.

무표정한 얼굴과 무심한 손놀림마저

이곳에서는 하나의 풍경이 되어

자연스럽게 디스플레이된다.


카트가 지나갈 때마다

김이 한 번 더 피어오르고,

그 사이로 기름기 섞인 향과

찐 밀가루의 포근한 냄새가 번진다.

여러 나라 말이 한꺼번에 튀어나왔다가

웃음소리로 섞여 사라지고,

그 소란은 이상하게도 시끄럽지 않다.

오히려 하루를 깨우는

아침의 박자 같은 리듬이다


나는 바로 그 순간이 좋다.

겨울이라서 더 선명하고,

아침이라서 더 생기 넘치는 이 풍경이.

아직 첫 입도 떼지 않았는데

이미 배보다 마음이 먼저 채워지는 시간.


나는 상하이나 북경,

그곳들을 실제로 가본 적은 없지만

딤섬집의 아침 한가운데 서 있으면

왠지 꼭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쩌면 여행은

비행기보다 먼저,

사람들의 숨과 김이 섞인

이런 순간에서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미국에서 살던 시절의 딤섬집에 대한 내 기억이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북적이고,

김이 식당 밖까지 흘러나오던 그곳.


한국으로 돌아온 뒤

나는 가끔 그런 아침을 떠올리며

비슷한 딤섬집을 찾곤 했지만,

아직까지는 만나지 못했다.

정갈하고 조용한 딤섬은 많지만

그때 그 소란과 온기를 품은 아침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겨울 아침의 김은

조금 더 그리움에 가깝다.

맛이 아니라,

분위기와 시간과 사람들까지 함께 먹던

그 아침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어쩌면 그 딤섬집은

특정한 도시가 아니라

그 시절의 나와 함께

이미 지나와 버린 곳일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만두보다 앞서,

사람 사는 온기가

김처럼 천천히 차오르던 시간.

그래서 나는

그 아침을 오래, 아주 오래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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