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객석, 화려한 무대

by 이 범수

클래식 성악은 왜 대중과 멀어졌을까

며칠 전, 모 대학 성악과의 정기 연주회를 다녀왔다. 무대에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약 80명의 연주자들이 서 있었고, 학생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아름다운 아리아를 불러냈다. 연주는 기교와 감정 모두에서 빼어나서 60여명의 합창단이 내는 화음은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상상이 갔다, 성악이 지닌 본연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감탄은 곧 묘한 안타까움으로 이어졌다.

객석을 둘러보니, 관객 수는 백 명이 채 되지 않았다. 대부분은 학생들의 가족, 지인들로 보였다. 이토록 많은 인원이, 이토록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준비한 무대였지만, 정작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은 너무 적었다. 고요한 객석은 오히려 무대의 열정과 대조를 이루며, 무거운 공기를 만들어냈다.

더 큰 아쉬움은 언어에서 시작되었다. 이 날의 프로그램은 전곡이 이탈리아어로 구성되어 있었다. 성악을 전공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통과해야 할 고전 레퍼토리임은 잘 안다. 하지만 일반 관객으로서 이 낯선 언어는, 음악을 감상하는 데 오히려 장벽이 되었다. 음악이란 언어를 초월한 감동이 가능하다고들 말하지만, 그 ‘감동’은 사실상 어느 정도의 이해와 해석 위에서 피어난다. 노래의 의미를 모르고, 감정선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음성만을 듣는 감상은 결국 ‘공연을 본 것’이지, ‘공감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 공연을 보며,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클래식 성악은 왜 이렇게까지 대중과 멀어졌을까?”


제2장그들은 왜 트로트를 부르기 시작했는가

요즘 들어 성악을 전공하고 성공정인 음악 활동을 하던 이들이 트로트나 소위 대중음악, 크로스오버 장르로 전향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이는 단순한 유행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음악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며, 현실과 타협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누구보다 오랜 시간 동안 발성과 호흡, 언어, 해석, 음악 이론 등을 공부해왔다. 이태리어, 독일어, 라틴어로 된 수많은 악보와 씨름하고, 오페라와 리트, 아리아를 부르며 목소리를 조율해왔다. 그 모든 시간이 쌓인 뒤에도, 기다리고 있는 건 막막한 진로와 텅 빈 무대다. 콘서트홀은 점점 비어가고, 클래식 음악을 소비하는 관객층은 일부 특수한 계층만 있다.

반면, 트로트나 뮤지컬 무대는 활기가 넘친다. 성악의 기술을 갖춘 이들이 대중음악 무대에 오르면, 그들의 목소리는 또 다른 매력을 발한다. 무엇보다 관객이 반응한다. 눈을 맞추고, 박수를 보내고,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른다. 그것은 연주자가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닿았구나’ 하고 느끼는 실감의 순간이다. 결국 음악은 혼자 하는 예술이 아니다. 관객과 함께할 때, 음악은 비로소 완성된다.

이런 변화는 단지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이고, 소통의 문제이며, 시대의 변화가 만든 흐름이다. 성악가들이 대중음악으로 나아가는 것을 ‘타협’이라 부르기보다는, 새로운 예술의 언어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제3장전통과 대중성, 그 사이에서

물론 고전 성악의 전통은 소중하다. 오페라와 아리아는 인류 문화의 정수이며, 역사와 미학이 응축된 장르다. 하지만 아무리 위대한 예술이라 해도, 그것이 사람들의 삶과 단절된다면 박물관 속 유물처럼 변해버린다.
예술은 살아 숨 쉬어야 하며, 그 숨결은 사람들 사이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포기’가 아니라 ‘변화’이다. 성악 무대가 완전히 대중음악처럼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가끔은 한국어 가곡이나 뮤지컬 넘버를 함께 부르며, 관객의 눈을 마주치는 시도가 필요하다. 공연에 자막을 넣고, 곡 해설을 곁들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것은 클래식의 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벽을 허무는 일이다.

사람은 음악을 듣고 감동할 때, 비로소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다. 음악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우리는 정말, 이 아름다운 예술을 혼자만의 것으로 간직할 것인가?
아니면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다리를 놓을 것인가?

성악은 여전히 빛난다. 하지만 그 빛이 더 많은 이들의 눈에 닿기 위해서는,
무대를 넘어서 세상과 연결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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