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주는 희망

by 이 범수


나는 요즘 초등학생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희망이 샘솟는다. 이 말을 하면 어떤 이는 “요즘 아이들이 어디 그래?”라며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직접 보고 겪은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예의 바르고, 배려심 있으며, 무엇보다도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줄 아는 아이들이었다.

내가 매일 다니는 수영장에서도 그런 장면을 자주 본다. 수영을 할 때는 정해진 질서가 있다. 한 레인에 여러 명이 들어가게 되면, 중앙선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돌며 수영하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특히 사람이 많은 시간에는 누가 먼저 들어가고, 누가 다음 차례인지 신경 써야 한다. 성인들 가운데서도 가끔 이 질서를 무시하고 먼저 들어오거나, 차례를 넘겨받는 이에게 아무 말 없이 나아가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럴 때면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물에 들어올 때면, 꼭 왼쪽 뒷줄로 가서 자기 차례를 조용히 기다린다. 내가 수영을 마치고 한 번쯤 쉬었다가 다시 출발하려고 하면, 뒤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하곤 한다. 어른들은 대부분 말 없이 앞서 나간다. 어떤 이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꼭 이렇게 말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씩씩하게 출발한다.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마음이 풀리고, 웃음이 나온다. 단순한 인사 한마디지만, 그것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지, 직접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도 같은 경험을 자주 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아이들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게 되면, 먼저 말을 건네고 칭찬도 건넨다. “오늘 학교 잘 다녀왔니?” “책가방 무겁겠다, 힘들었지?” 그렇게 말을 걸면 아이들은 꼭 인사를 한다. “감사합니다!” 혹은 “네, 고맙습니다!” 아이들의 그 짧은 인사는 인위적이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오히려 진심이 느껴지고, 그만큼 기분이 좋아진다.

감사하다는 말은 사실 가장 단순한 말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단순하지 않다. 이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낮추고, 긴장을 풀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 ‘감사합니다’는 단어는 듣는 사람에게는 물론, 말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감정을 만든다. 작은 배려 하나에도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할 줄 아는 사회, 그런 사회가 나는 진짜 성숙한 사회라고 믿는다.

나는 가정에서도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으려 노력한다. 예를 들어 아내가 음식을 차려주면, 나는 반드시 “맛있다” “고마워” “수고했어” 같은 말을 건넨다. 습관처럼 들릴지 몰라도, 그 한마디가 가족 사이의 분위기를 얼마나 부드럽게 만드는지 실감할 때가 많다. 우리가 가장 쉽게 소홀히 하게 되는 것이 ‘가까운 사람에 대한 예의’인데, 감사하다는 인사는 그런 허물을 덜어주는 힘이 있다.

감사는 결국, ‘나는 당신의 수고를 알아주고 있다’는 메시지다. 단순한 공손함이 아니라,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날 초등학생들이 그런 감사를 몸에 익혀가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 이 아이들이 그대로 자라나 사회의 주역이 되었을 때, 지금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따뜻하며, 배려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물론 앞으로 살아가면서 아이들은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때로는 감사할 줄 모르는 세상을 만나 상처도 입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지금 그들이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커서도 그 말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그들은 그 말을 통해 자신도, 타인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아이들을 거울삼아 배워야 한다. 나도 다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더 자주 하자고 다짐한다. 어른이 되었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인간 사이의 온기는 사라진다. “이 정도는 당연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사회를 거칠게 만든다. 하지만 “당연하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그 한마디가, 우리 사회를 훨씬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아이들의 인사가 내게 가르쳐 준 것, 그것은 바로 ‘감사의 힘’이다. 그 작지만 깊은 인사가 만들어내는 변화, 그것이 오늘 내가 느끼는 희망의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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