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아쉬운 마음

by 이 범수

나는 사회 여러 모임에서 다양한 40,50대 사람들을 만난다. 이들은 말 그대로 이제 우리 사회의 중심축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지역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책임을 지고 있어야 할 세대다. 그런데 그런 이들 중 일부에서 보게 되는 모습은 나를 당혹스럽게 하고, 때로는 안타깝고 아프게 한다.

나는 매일 아침 수영을 한다. 하루를 시작하며 몸을 움직이는 이 시간은 나에게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의 정돈까지 가져다주는 소중한 루틴이다. 수영장에서는 기본적인 질서가 있다. 한 레인에서 여러 명이 수영할 때는 중앙선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돌며 수영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자리 잡혀 있다. 출발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오른쪽에 줄을 선다. 새로 들어온 사람은 자연스레 그 줄의 뒤로 가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종종, 특히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오른쪽으로 들어와 줄 앞에 끼어들며 먼저 출발한다. 그들에게는 기다림이란 없고, 눈치도 없다. 마치 "나는 바쁘다", "나는 할 일이 많다", "나는 중요하다"는 생각이 몸에 밴 듯하다. 이런 장면을 볼 때면 씁쓸함이 몰려온다. 공공장소에서 기본적인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이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말하는 태도에서도 그들의 태도는 종종 이기적이고 배타적이다. 나이 많은 사람은 '꼰대'로 치부하고, 젊은 세대는 ‘경험 없는 어린애’로 낮춰 본다. 자신만이 정답을 가진 사람처럼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런 모습은 내가 자주 가는 독서 클럽에서도 경험했다.

얼마 전 토론 주제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었다. 이 책은 인간관계의 기본을 성찰하게 만드는, 고전이라 할 만한 책이다. 그런데 어느 젊은 회원이 발표 시간에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은 너무 오래된 책이고, 미국에서 쓰인 것이니 지금 우리나라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굳이 읽을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인간관계의 본질은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단지 미국식 처세술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이해와 존중, 배려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책의 겉모습만 보고, 본인의 잣대 하나로 가치 전부를 재단하는 태도는, 너무 성급하고 자기중심적인 판단이라 느꼈다.

이런 일련의 경험을 겪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왜 저 세대는 저런 태도를 갖게 되었을까?" 분명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성실하고 겸손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40,50대들도 많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질서를 무시하며, ‘내가 중심’이라는 태도로 살아가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40,50대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이루어진 다음 세대를 살아왔다. 선배 세대가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경제적 기반 위에서 성장했고, 큰 전쟁이나 극심한 빈곤 없이 살아온 첫 세대이기도 하다. 덕분에 교육 기회도 많았고, 안정적인 일자리와 사회적 기반도 선배 세대에 비하면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형성되었다. 그런데 혹시 그로 인해 '이 모든 것이 당연하다', '내가 이룬 것이다'라는 오해가 스며든 것은 아닐까. 감사보다는 자부심이 먼저 앞서고, 배려보다는 우월감이 앞서는 태도는 그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제 40,50대는 책임져야 할 세대다. 후배 세대를 이끌고, 선배 세대의 지혜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중심을 잃으면, 사회 전체가 휘청일 수밖에 없다. 내가 바라는 것은 크지 않다. 조금만 더 열린 마음으로, 조금만 더 겸손한 태도로, 사회를 바라보고 사람을 대했으면 한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이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품격이 더 중요한 때다.

40,50대가 중심에서 바로 설 때, 우리 사회는 훨씬 더 건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주 단순한 것들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수영장에서 줄을 지키는 일처럼, 말하기 전에 한번 더 듣는 태도처럼,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하지 않고 함께 가려는 마음처럼.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세상의 방향도 바뀐다.

나는 오늘도 바란다. 우리 시대의 중심에 선 이들이,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그리고 보다 성숙하고 책임 있는 모습으로, 다음 세대를 품어주는 어른이 되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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