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와의 마지막 작별
오늘은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제네바 공항에서 샤를 드골 공항을 거쳐 오슬로로 향하는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열흘간 스위스에서 보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스위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빼어난 자연 경관과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융프라우의 설봉에서 내려다본 알레치 빙하, 인터라켄의 에메랄드빛 호수,베른의 잘 보존된 중세도시, 루체른의 고풍스러운 카펠교까지. 지금까지 여러 나라를 방문해 보았지만, 스위스에서는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위스의 교통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자동차 주차와 관리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입니다. 스위스의 주차 시스템은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정교하게 개발되어 있었지만, 사전 지식 없이는 낯선 여행자에게는 꽤 복잡했습니다. 파란색과 흰색으로 구분된 주차 구역, 시간대별로 다른 요금 체계, 그리고 주민 우선 주차 구역까지. 이런 시스템들이 여행의 감동을 일부 감소시킨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북으로, 북으로 향하는 비행기
우리가 탄 비행기는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을 거쳐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기내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시시각각 변해갔습니다. 파리 근교의 질서정연한 농경지와 마을들이 점차 멀어지고, 바다를 지나 노르웨이 영공으로 들어서자 눈 아래는 완전히 다른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해상 풍력 발전 설비들이었습니다. 북해에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하얀 풍력 터빈들이 마치 바다 위에 심어진 거대한 꽃밭처럼 보였습니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의 해상 풍력 발전 국가 중 하나로, 북해의 강한 바람을 이용해 청정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지는 침엽수림 사이사이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크고 작은 호수들. 파리 근교에서 보았던 인공적으로 정돈된 풍경과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노르웨이의 국토 면적 중 약 37%가 산림으로 덮여 있고, 빙하기 때문에 형성된 수많은 호수들이 있다고 합니다. 기내에서 내려다본 그 풍경은 마치 자연이 그린 거대한 수채화 같았습니다.
오슬로, 새로운 교통 시스템과의 만남
오슬로에 도착하자 또 다른 교통 시스템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택시를 키오스크를 통해 예약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방식이었지만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키오스크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예약을 완료하면 QR 코드가 발급되고, 이를 스캔하면 예약 차량에 대한 정보가 제 휴대폰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차량 번호, 운전자 이름, 예상 대기 시간까지 모든 정보가 한눈에 보였습니다.
처음 사용하는 시스템이었지만 특별한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투명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각 도시마다 다양한 교통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파리나 인천처럼 승강장에 줄을 서서 오는 순서대로 승차하는 고전적인 방식, 한 달 전 쿠알라룸푸르에서 경험한 그랩(Grab) 시스템, 그리고 오늘 오슬로에서 만난 키오스크 예약 시스템까지. 각각의 시스템은 그 나라와 도시의 문화와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슬로의 첫인상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시내로 나갔습니다. 호텔 직원이 추천해준 연어 요리 전문점을 찾아갔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르웨이 연어의 명성을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연어 요리는 내일로 미루고 근처의 스테이크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노르웨이의 연어 산업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현재는 세계 최대의 연어 양식 국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노르웨이의 깨끗한 바닷물과 적정한 수온, 그리고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 덕분에 노르웨이 연어는 전 세계적으로 최고 품질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오늘 본 긴 줄이 그 명성을 증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식당 근처를 걸으면서 오슬로의 문화 중심가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근처에는 뭉크 박물관, 노벨 평화 센터, 오페라 하우스 등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예술과 평화의 도시, 오슬로
뭉크 박물관은 노르웨이가 낳은 세계적인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입니다. 뭉크의 대표작 '절규'로 유명한 이 화가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표현주의 미술의 선구자였습니다. 박물관은 2021년에 새로운 건물로 이전하면서 더욱 현대적이고 웅장한 모습으로 거듭났다고 합니다.
노벨 평화 센터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설립된 노벨 평화상과 관련된 전시관입니다. 흥미롭게도 노벨 평화상만은 다른 노벨상들과 달리 노르웨이에서 수여됩니다. 이는 노벨이 유언에서 노르웨이 의회가 평화상 수상자를 선정하도록 명시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당시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연합왕국을 형성하고 있었고, 노르웨이가 더 평화로운 나라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답니다.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는 2008년에 완공된 현대적인 건물로, 노르웨이 국립 오페라&발레단의 본거지입니다. 이 건물의 가장 특별한 점은 관객들이 지붕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입니다. 경사진 지붕은 마치 빙산을 연상시키며, 오슬로 피오르드를 내려다볼 수 있는 환상적인 전망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내일을 위한 준비
내일은 제일 먼저 여행 안내 센터에 가서 노르웨이 여행에 대한 조언과 이동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확인할 예정입니다. 스위스에서 겪었던 교통 시스템의 혼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싶습니다.
노르웨이는 스위스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험준한 피오르드, 오로라, 백야 현상 등 자연의 경이로움과 함께 바이킹의 후예답게 강인하면서도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성을 가진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호텔 방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니 오슬로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스위스에서의 추억을 가슴에 간직한 채, 새로운 나라 노르웨이에서의 모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스위스에서 부족했던 것들을 최대한 보완하여 편안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여행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오슬로의 불빛들이 마치 북유럽이 따뜻한 환대 인사를 건네는것 같았습니다. 내일부터 시작될 노르웨이에서의 새로운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