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다락방, 배고픈 배, 그리고 어딘가 비장한 태도. 그게 멋있어 보였 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의심하고, 갈등하는 삶. 그렇게 살아야 나도 '진짜 삶을 살 줄 아는 것 같았다. 뮤지컬, 고급 레스토랑, 여행 같은 것들은 나에게 낯설었고 , 어쩌면 조금 불편했다. 굳이 돈을 써야만 의미 있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그런 삶을 거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공짜에 가까운 행복을 찾아다녔다. 공원에 누워 구름도 보고, 길가의 꽃을 따서 목걸이도 만들고, 비 오는 날이면 우산 없이 걷기도 했다. 돈 대신 감각으로 기억되는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려 했고 그것이 더 고통스러운 방법일지라도 그게 나 다운 인간적인 삶이었다.
온실 속에서 자란 듯, 따뜻하고 순탄하게 살아가는 '정상인'의 삶은 인간다움이 없다고 여겼다. 그저 주어진 궤도를 따라가는 삶을 나는 본능적으로 경계했다. 그들은 너무 무뎌 보였고 순응하는 존재처럼 느껴져 나는 그렇게 살 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거칠게 밀어붙였다. 불안정한 삶, 모자란 조건, 뜨거운 자의식 속에서 나는 '나 답게 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친구들을 사귀고, 애인을 만나고, 회사를 다니면서 조금씩 깨달았다. 나처럼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것을. 어느 모임에서든, 나는 항상 다르게 생각했고 그것이 결국 나를 혼자 남게 만들었다. 아무도 나를 틀렸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나는 이질감을 느꼈다. 처음엔 내가 더 깊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과의 대화가 피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혼자만 다르게 생각하는 내가 오히려 더 '맞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 그런 생각이 점점 나를 고립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싫어했던 방식으로라도 적응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껏 고통이 깨달음을 준다고 생각해왔던 나는, 이제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다는 유혹에 시달리기도 한다. 평범하고 무의미하다고 여겼던 '정상인'의 삶이 오히려 사람 사이에서 덜 외롭게 사는 방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정상인'의 삶이, 그런 삶이 처음 엔 공허하게 보였는데 요즘은 왠지… 부럽다.
나는 여전히 줄다리기중이다. 평범함과 특별함 사이. 안정과 자기다움 사이 나답게 살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그 낫다움이 꼭 고독하고 고통스러워야만 하는지, 지금은 그 질문 앞에 멈춰서 있다.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을 지키고 싶다. 그러면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을 지키려면 어느정도 평범해졌야 하고, 나 자신을 지키려면 끝끝내 나다워야 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 조용히 줄을 쥔 다. 너무 당기지도, 너무 느슨하지도 않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꼭 어느 한쪽을 이겨야만 하는 건 아닐지 도 모른다. 그 줄을 놓지 않고 있는 것,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그 자체가 내가 나를 지키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문득, 바람이 스치는 타이밍에 맞춰 줄이 살짝 흔들릴 때가 있다. 그 순간 나는 생각한다. '아, 이 정도면..• 아직 나다' 나는 여전히 있간다움을 좇고 있고, 그건 변하지 않는다.
오늘도 그렇게 균형을 잡으며 살아간다. 결코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진짜 같은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