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좁게 살아가는 법에 대하여

by 히냐히냐

"할머니, 우리 해외여행 한 번 가요. 안 가보셨잖아요. 진짜 재밌어요." 내 딴엔 좋은 마음으로 말했다고 생각했다. 여든 넘도록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보지 못한 삶. 나로서는 왠지 모르게 손해처럼 느껴졌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내가 보기엔 너무 좁은 세계였고, 그래서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조용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은 너무 넓다지? 그런데 난 몰라도 되겠더라!“ 그 말이 나를 한참 멍하게 만들었다. 세상이 넓다는 걸 부정하는게 아니라, 넓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알 필요가 없다고 말 사람. 거기엔 무지가 아니라, 선택이 있었다.

우리는 보통 시야를 넓히라 배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른 문화를 체험하며, 이질감을 즐기라고. 그게 더 나은 인간 이라는 듯이.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새로운 걸 받아들일수록, 기존의 나를 의심해야 한다. 많은 걸 알 게 될수록, 내 삶이 조리해 보이기도 한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행복은 희미해지는 이유다. 알면 알수록 불행해질 수도 있다. 세상이 이렇게나, 크고, 대단한 사람들이 많고 나에겐 없는 게 너무 많다는 걸 매일 자각해야 하니까.

그런데 시야를 좁힌다는 건 단순히 관심의 범위를 줄이는 게 아니다. “그것은 내 삶에 충실하겠다는 선언”이다. 손이 닿는 반경 안에서 세상을 본다는 것, 어떤 의미에선, 좁히는 게 아니라 더 깊어지는 일이다.

좁고 깊은 삶.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게 꼭 좋은 것도 아니다. 관계는 에너지를 소모한다. 잘 맞는 한 명과의 깊은 대화가, 어설픈 백 명과의 교류보다 나을 수 있다. 내 사람 둘, 셋과 함께, 서로의 시야 안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것. 누가 보면 답답하다 고 하겠지만, 그 안엔 평온이 있다."

시야를 좁히면 세상은 더 선명해지다. 본질이 보인다. 불필요한 것들이 시야 밖으로 밀려나고, 남은 것들이 소중해진다.

결국 중요한 건, 몇 개를 알고 사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끝까지 안고 가느냐다.

시야 좁게 사는 것.

그건 도망이 아니라 선택이다.

행복해지는 데 꼭 많은 게 필요하진 않다.

작은 안경 너머의 세상도, 어쩌면 전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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