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단어는 꼭 필요한가

에로틱, 로맨틱, 연애와 결혼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by 히냐히냐

사랑이 뭘까라고 고민해 봤던 때가 있다. 애인과의 대화에서 비롯된 지 연애 중인 내 마음에서 스스로 발생한 건진 기억이 안 나지만, 난 다음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언제부터 우리는 사랑에 집착을 하게 됐나 말이다.

사랑은 꼭 필요할까? 나는 늘 의문을 품어왔다.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혹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정말 필수적인가.

한국 사회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거진 무적과 무한의 단어처럼 여긴다. 연인이라면 반드시 서로를 사랑해야 하며, 그 감정이 식거나 흐려지면 관계는 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미국 사람들은 연애 초기에 좋아한다(I like you)고 말하고, 시간이 오래 지나 진짜로 감정이 깊어졌을 때 사랑한다(I love you)라고 고백한다고 한다. 한국의 기준으로 보면 사랑 없는 연애 같아 보이겠지만, 미국인들은 이게 자연스럽다.

과연 사랑만이 연애와 결혼의 정당성을 지지하는가? 사랑을 해도 헤어지고 이혼을 한다.

나는 스스로를 돌아본다.

사실 나는 태어나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한 번도 명확히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할머니에게도, 부모님에게도, 그리고 애인에게도 ‘사랑한다’는 감정을 온전히 그리고 강렬히 체험한 적은 없다. 대신 나는 편안함, 안정감, 친밀함, 소중함 같은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을 굳이 ‘사랑’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 감정이 잘못된 걸까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어떤 뜨거운 감정, 확신에 찬 열정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꼭 보편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조차 그것이 진짜 사랑인지, 아니면 소유욕이나 의존, 혹은 외로움을 포장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렇다면 차라리 나는 내 방식대로 정직하고 싶다.

나는 그저 너와 함께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고, 네가 내 삶에서 소중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같이(연애 혹은 결혼 혹은 동거 등)"라는 단어의 본질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함께하기로 선택하는 의지’ 일 수 있다.

문제는 상대방이다. 나의 애인은 '사랑 없는 관계는 의미 없다'라고 말한다. 애인에게는 내가 소중하게 느끼는 안정감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나와 이런 주제에 대해 얘기하면 불안하고, 허전하고, 나와의 관계가 연인이라기보다 친구 같다고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충돌한다.

나는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이 없어도 관계를 지켜갈 수 있다고 믿지만, 애인은 그것 없이는 관계가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건 ‘누가 옳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뜨겁게 불타오르는 감정보다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중시한다. 반면 애인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확신을 원한다. 이 둘은 모두 정당하다. 다만 우리는 그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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