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나의 과거에 있다.
아직도 나는 스페셜리스트라기보다는 제네럴리스트라고 생각이 들고, 나의 6~7년의 커리어도 제너럴리스트의 길을 걸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내가 조금은 남들보다 뭘 잘하고 어떤 점이 늘 개선 포인트인지 말하는데 주저함은 없다.
사회 초년생 시절 늘 자기가 뭘 잘하는지를 찾는게 가장 난관이라는 점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일하면서 정리했던 3가지 방법 중 첫번째 내용을 적어보고자 한다.
1. 나의 지난 5년, 10년을 하얀 종이에 쭉 적어내려 보자.
공채 시즌만 되면 늘 온갖 회사들이 경영관 1층에 부스를 차리고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곤 했는데, 멋있는 정장을 빼입고 모교에 돌아와 본인의 회사에 대해 반짝이는 눈빛으로 설명해주던 선배님들이 멋져보였을 뿐 어느 회사에 가야 하는지 마음을 정하기는 너무 어려웠다.
그러다가 무슨 용기가 났는지 XX은행 부스로 가서 쉬고 계신 (?) 한 선배님 앞에 턱, 앉아 당돌하게 물어봤다.
" 저는 사범대를 다니지만 취업을 하고 싶은데, 어느 회사를 가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선배님은 왜 XX 은행으로 가셨어요? "
나름 3~4학년으로 보이는데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해대는 불쌍한 어린양에게 그 선배는 회사 팜플렛을 뒤집더니 뭔가를 적어주셨다.
본인도 사실 취준생때 그게 참 고민이었고, 뭘 많이 하긴 했던 것 같은데 뭘 잘하는지 잘 모르겠었다고.
그러다가 경도 (24시라서 밤샘러들에게 인기있던 경영관 도서관)에서 노트북을 켜고 학창시절부터 한 10년의 삶을 나열해보았다고 한다.
20XX년 고등학교 3년 내내 했던 양로원 방문 봉사활동
20XX년 고등학교 2학년때 남들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굳이 동아리장까지 하고 나름 XX교육청 대표까지 나갔던 토론동아리
20XX년 수시 원서에 하나라도 더 넣고자 했지만 지금까지 취미가 되고 있는 주짓수
20XX년 대학에 와서 졸업을 위해 했어야 했지만 나름 필요한 시간 이상으로 하면서 의미를 찾으려고 했던 교육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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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어쨌든 포인트는 정말 사소한 것까지 매년 내가 뭐를 했었는지 적어보고 그 공통점을 뽑아보려고 애썼다는 거다. 그리고 각각의 활동을 자의로 했든 타의로 했든 "선택"을 한 건 본인이었으니, 왜 굳이 그 선택을 해서 일정 기간 지속했는지 이유를 파고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대략 사람 강점이 있는 본인을 발견할 수 있었고, 사람들을 대하는게 스트레스는 아니었고, 어쩌면 늘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잘하고 "왠지 너가 말하면 다 맞는 것 같아" 라는 소리도 제법 들어봤다는 거다.
마침 나와 같이 사범대를 졸업했던 그 선배는 심리학 복수전공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하는게 즐겁다고 생각했고 고객과의 접점이 많은 일을 해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고, 안정적인 대기업이라는 점도 한 몫 했겠지만 입사 후 반드시 2~3년은 거쳐가야 하는 지점에서의 고객 대면 업무가 자기는 힘들지 않다고 했다. (물론 매일 새로운 인간 군상을 하나씩 알아가는 삶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나에게도 지금은 막막하겠지만, 막막해하지만 말고 30분, 1시간이라도 시간을 정해서 나의 삶을 형식없이 쭉 나열해보라고 권해줬다. 그러다보면 나의 키워드가 보일 거라고. 아무리 대중없는 것 같아도 뭐 하나라도 나올 거라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고 자리를 떴고 나도 며칠 후에 경도에 앉아서 나의 과거를 쭉 나열해봤다.
내가 어떤걸 했을 때 재밌었지, 내가 뭘 잘한다고 칭찬 받았더라를 생각하다보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선 조금 더 정리를 할 수 있었다.
* 뭔가를 계획하고 정리하는 걸 좋아했고, 명확하지 않은 걸 제일 싫어해서 이건 이거야! 라고 정리하는 걸 좋아했다.
*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는 것도 못하진 않았지만, 쉽게 실증을 내는 편이었다.
* 시작하는 힘은 좋은데, 은근 지속하는 힘이 약해서 마무리 못한 것들이 좀 있었다.
* (이건 좀 독특한 건데) 나는 자려고 누웠다가도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싶으면 마치 내가 인터뷰 대상인 듯 인터뷰를 하듯 입 밖으로 말해보는 취미가 있었다 ->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인데, 뭔가 제 3자에게 말하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좀더 정리가 잘 되는 편이라 그랬던 것 같다.
이런 것들을 종합하다보니 뭔가를 관리하고 매니징하는 일, 사람과 접점이 많고 소통 능력이 필요한 일 등을 잘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에 지원했던 인턴십이 인하우스 컨설팅펌으로 일하는 전략기획실이었고,
1) 프로젝트를 매니징하는 업무
2) 일정한 일하기 방식이 정해져있긴 하지만 브랜드와 프로젝트 주제가 2~3개월마다 바뀌는 업무 형태
3)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고객 중심적 사고
등을 배웠던 곳이어서 그 선배님의 방법이 나름 성공적이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
나도 취준생 때를 생각해보면 각종 회사들의 채용 사이트에 들어가서 그 회사들이 말하는 인재상에 나를 끼워넣어보고, 뭔가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왜 이 항목을 채우려고 하면 이렇게 쓸 말이 없는 건지... 머리를 쥐어짜맸던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다만, 그 회사에 나를 넣어보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정말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하고
매일 매일 조금씩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말 딱 시간을 정해서 집중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주말에 해야지, 언제 해야지 라고 미루지 말고
그냥 가장 맘에 여유가 있는 어느 날에 1시간 타이머를 켜고 word에 두서없이 써내려보기를 추천한다 :)
그 다음 2, 3번째 이야기는 곧 정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