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의사언니 Oct 29. 2022

나답게, 운동하기

내 몸에 최적화된 운동 루틴 찾아가는 여정 

문득 옆집 아주머니가 나에게 늘 "넌 머가 그리 바빠서 매일 뛰어다니니"라고 쓴소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지금 열 살인 아들의 나이 정도였던 것 같다. 늘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철봉을 하고 고무줄놀이를 해가 지도록 하는 활동적인 소녀였다. 반 대표 달리기 선수, 피구 여왕이 되기도 했다. 지금도 운동을 좋아하는 이유도 아마도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움직였던 본능이 있어서 같다. 그때의 나는, 아직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이어서 활기 차고 뛰고 땀 흘렸다.


이런 여학생들은 초경을 맞이하면서부터 가장 싫은 과목 시간이 체육이 된다. 주로 앉아서 친구들과 수다 떨고 하교 길에 떡볶이 사 먹는 전형적인 여고생 시절. 이때도 체중은 48KG였지만 확실히 지금과는 다른 퉁퉁한 붓기의 느낌이 많다. 이 때는 소화불량과 함께 심한 변비 그리고 생리불순, 냉대하 등의 전형적인 소음인 여자들이 몸이 차서 생기는 증상들이 많았던 기억이 있다. 


고난의 고3 시절을 지내고는 다시금 활동량이 늘었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힘들게 헬스장에서 뛰고 달리고 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대체로 적당한 운동을 해온 것 같다. 특정 근육을 키우기보다는 적당히 몸을 흔들어 땀이 나는 정도 강도와 유연성을 지속하는 의미로 말이다. 타고난 유연성 때문인지 쉽게 요가, 필라테스, 취미 발레, 벨리댄스 등을 접해왔다. 특히 임신 출산을 맞이한 30대에도 임신 때는 임산부 요가,  산후에는 산후 필라테스로 어딘지 나의 육체의 활성화를 위한 작업들을 다져왔다. 


코로나가 시작되고는 한참 빠져있던 발레 학원이 문을 닫았다. 예쁜 레오 타트를 입는 즐거움도 한몫했던 발레 시간을 이제는 못하게 되었다. 누구나 그랬을 코로나 초기 시절. 밤마다 야식과 술을 달리며 위안 삼으며 지냈다. 문득 옷장 안에 레깅스를 보고 '이거 언제 다시 입을까' 하다가 문득 홈트가 떠올랐다. 그래 어차피 못 나가는 거 집에서라도 하자. 그래서 시작된 유튜브 홈트가 어찌 보면 그간 했던 학원가 운동들에 비해 훨씬 고강도의, 제대로의, 몸의 변화도 느낄 수 있는 제대로 된 운동이 되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늘 문제였던 소음인 체형의 하체 붓기가 점점 사라져 간다. 운동과 함께 반신욕, 폼롤러 스트레칭도 내 취향껏 골라서 하다 보니 역시나 40대에 가장 날씬한 종아리와 허벅지를 가지게 된다. 그러니 더욱 식단도 좋은 음식, 소음인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선택하게 된다. 긍정이 긍정을 부르는 효과이다. 너무 갖고 싶던 이 상태를 계속 가지고 싶은 그런. 신기하게 평생을 괴롭혔던 변비도 해소된 것도 이때부터이다. 보다 좋은 자연식 음식에 불포화지방산. 적절한 단백질 그리고 땀 흘리는 운동을 균형 있게, 무리하지 않게 하다 보니 어느덧 유산균 없이도 한약 없이도 자연스럽게 1일 1 똥 하는 최적의 상태가 되었다. 




올해부터는 아들과 함께 복싱을 다니고 있다. 힘들어서 20분도 채우기 힘든 고강도의 운동이라 더욱이 지금과 같은 가을. 찬바람이 부는 날씨. 소음인들에게 쥐약인 추위 가득한 이 세상에서. 열심히 반복적으로 뛰고 근육을 사용하고 땀을 흘리는 그 시간은 마치 한 줄기의 빛과 같은, 여름날의 햇살과 같은 짧은 시간이다. 소음인은 대체로 고강도의 운동을 오래 못 견딘다. 괜히 욕심내서 힘들게, 오랜 시간 했다가는 아예 운동이 쳐다보기도 싫어질 정도로 녹다운된다. 소음인들은 짧게 땀 내고는 금방 쉬어 줘야 한다. 그래서 맨손 체조, 20분 내의 짧은 고강도 유산소 정도를 추천한다. 이 나의 체질적 특징을 알다 보니. 운동도 괜히 근육 펌핑을 한다고, 살을 많이 뺀다고 무리하게 세팅하지 않는다. 직접 경험을 해보니 나의 욕심에 몸이 힘들어지는 상태를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운동을 무리하게 한 날에는 영락없이 퉁퉁부은 허벅지, 팔다리 얼굴 그리고 변비의 신호가 오는 것을 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폴댄스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운동을 취미로 즐기다 보니. 예쁜 옷을 입고 몸 선이 예쁘게 드러나는, 여자인 몸으로 할 수 있는 이런 운동에 미련이 남는다. 그래서 시작한 폴댄스는 발레 대신 예쁜 옷 입는 즐거움도 준다. 무엇보다 복싱으로 다져진, 체질적으로 약한 상체 부분을 좀 더 활용하는 느낌이라 체질적 약한 부분이 보완되는 기분이라 뿌듯하기까지 하다. 



40대라서 일까? 그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에게 맞는, 나다운 운동 루틴을 만들어서 체력이 점차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내 인생에서 이렇게 까지 궁둥이가 위로 솟은 적도 없었는데 꾸준하게 스쾃. 워킹 런지도 복싱 전후로 연습하다 보니 플랫 했던 궁둥이도 제법 볼록해졌다. 기대하지 않은 일상의 반복이 애플힙의 성과로 나타나니 더더 뿌듯하다. 그래서일까? 치기 어리게 몸이 죽을 듯 힘들어야만 살도 빠지고 예쁜 근육이 붙는다고 생각했던 20대에 비해서 운동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어졌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복싱 시간이 기다려지고, 예쁜 옷을 입고 훨훨 나는 연습을 하는 폴댄스 시간이 기다려진다. 


강박 없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 없이 그저 즐기는 운동을 하게 된 게 기껏해야 작년부터다.

역시나 다이어트처럼, 내 몸에 맞게 나에게 맞는 강도로 즐겁게 하는 게 롱런하는 길이다. 

50살에도, 환갑에도 포위에서 예쁜 폴댄스 슈트를 입고 춤을 추는 나를 상상한다. 그리고 아들과 복싱을 즐기는 나를 상상한다.   생각만 해도 좋다. 운동을 제대로 즐기는. 다부진 근육이 있는 그런 할머니가 되리라고 결심한다. 



이전 06화 음식을 사랑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