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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세준 Nov 22. 2017

새로운 가족,들

진짜 부모님을 찾습니다.

어느 대학병원에서는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했다. <장기자랑>이라는 이름으로, 노출이 심한 옷을 입게 하고서. 무대에 오른 간호사들의 뒤에는 <일송 가족 장가자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족 구성원에게 후원금 강요와 다단계 물품을 사도록 했다. 거절한다면, 여러 가지로 불이익이 있다는 것을 아는 간호사들은 가,족같은 사람들의 요구의 응할 수밖에 없었다. 고구마 캐듯 줄줄이 나오는 이 현상은 비단 한 병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직장 내에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치고,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들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가족>이라는 단어의 힘은 막강하다. 아들 같아서 그래, 하며 공관병을 하인 취급한 장군의 부인이나 딸 같아서 그래, 하며 성추행하는 정치인과 종교인이나 매한가지다. 아이러니한 건 자기 '진짜'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그런 일을 시키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가족 간의 차별인가. '진짜' 아들 딸들은 왜 자신에게 그런 일을 시키거나 해주지 않냐며, 서운해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진짜 가족부터 먼저 챙기자. 제발.


오랜만에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얼굴이 불콰한 상태로 택시를 잡았다. 비몽사몽. 휴대폰으로 같이 술을 마셨던 지인들에게 조심히 들어가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결혼을 안하죠. 아 예. 돈이 없다,고 자꾸 이야기를 하는데 고생을 안해봐서 그래요. 아, 예. 조금만 힘들면 요즘 애들은 그만 두잖아요. 택시는 차가 없는 도로를 쌩쌩 달렸다. 창문은 모두 닫혀 있었지만, 어디선가 찬바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택시는 집 근처 지하철역 입구에 거의 다달았다. 내가 별 얘기를 다하네요. 아들 같아서 그래요. 나는 지갑을 뒤적이며


아빠 같아서 그러는데 공짜로 태워주세요. 


라고 했다면 싸움이 났을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조용히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계산했다. 아저씨는 계속해서 혼잣말을 하며 카드 리더기에 카드를 꽂았다. 바람이 찬 밤거리를 걸어 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다음날 사장님과 출장을 갔다. 차 안에서 어색한 기류만 흘렀다. 나는 할 말을 머릿속에서 생각해내고, 입안의 혀는 적절한 단어를 고르고 있었다. 그래도 마땅한 이야깃거리를 찾지 못했다. 월세가 얼마예요? 


사장님은 나에게 물었다. 


올 것이 왔다고, 나는 생각했다. 자취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안 뒤로 사장님은 내 재무관리에 관심이 많아졌다. 내 한 달 월세와 관리비, 적금 등 사장님은 스스로 내 펀드매니저가 되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적금을 얼마하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여자 친구는 얼마나 벌어요? 펀드매니저로서 실적을 채우기 위해 내 지인도 끌어들이는구나. 결혼은 언제 해요? 얼씨구, 웨딩플래너로 변신하셨나. 투잡(Two Job)인가. 아니 지금 회사 사장까지 쓰리 잡이지. 제 나이도 어리고, 여자 친구도 어려서 아직까지는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나는 대답했다. 


아들, 같아서, 그래


대체, 나는 부모님이 몇 명인가. 또 누구인가.

진짜, 제 부모님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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