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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랑 May 11. 2023

고장난 개구리 장난감을 갖고서 '내원' 해봤습니다

한 해에 버려지는 장난감 수백 톤... '장난감 병원'이 대안 될 수도

"어디가 아파서 왔어요?"

"여기랑 여기가 좀 부러졌고요. 상태가 좀 심각한데 가능할까요?"


나는 태연하게 의사 앞에서 부러진 곳을 설명했다. 의사는 심각한 얼굴로 휙휙 둘러보더니 이내 연장을 찾기 시작했다. 의사는 치료가 가능할지는 상황을 봐야 하며 된다 해도 최소 이틀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나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차트에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적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 물론 여기는 사람을 치료하는 병원이 아니라 고장난 장난감을 무료로 수리해주는 '장난감 병원'이다. 아들이 갖고 놀던 장난감이 '똑'하고 부러졌다. 개구리 캐릭터를 누르면 '개굴개굴'하고 소리가 나는 부분이었는데, 하필 셀프로 고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 난감했다.


평소 나는 아들을 몸으로 놀아주거나 책하고 친하게 지내기를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주며 놀아주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갖고 놀던 것들을 정리하다가 문득 장난감이 너무 없다는 생각에 하나 장만한 장난감이었다. 물론 개구리 캐릭터 부분이 부러졌다고 해도 다른 곳은 정상 작동이 되었다.


버리기보다는 고쳐쓸 생각을


한 해에만 버려지는 장난감만 해도 수백 톤이라고 한다. 또한 대부분 장난감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버려지는 장난감을 재활용하기도 하지만, 장난감을 너무 쉽게 구입하고 너무 쉽게 버린다. 심지어 이러한 장난감 중에는 쓸만 한 것들이 많고 나와 같은 경우처럼 고작 어느 한 부분이 고장난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나는 부러진 개구리 캐릭터가 바닥에 뒹굴리면서 노는 아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혹시'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그런데 이게 웬걸? 검색창에 '장난감 수리'만 쳤는데 내가 살고 있는 집 바로 앞 상가 건물에 장난감 수리 센터가 있었다. 평소 자주 가던 건물이었음에도 관심 없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필요해지니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신난 마음에 고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내가 알아본 곳은 키니스장난감병원이며 인천에 지점이 2개(서구점, 주안점)가 있는데 서구점은 방문 수리만 가능하다. 수리 예약은 블로그를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이곳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진료 예약', '입원치료 의뢰서', '퇴원'과 같아서 장난감을 그저 물건으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소중하게 다루는 것 같아 좋았다.


나는 블로그에 적혀 있는 대로 진료 예약을 하고 아픈 장난감을 들고 방문하였다. 그때도 드라이버를 들고 나사를 조이고 있던 나이가 지긋한 분이 맞이해주었다. 알고보니 그곳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대부분 정년 퇴직자 등이며 자원봉사 형식으로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표정과 말투에서 어딘가 모르게 여유가 느껴지는 의사 선생님 덕분에 장난감을 입원시켜 치료를 받고 이틀 후에 퇴원시킬 수 있었다.


수리뿐만 아니라 교환도 가능


또 이곳은 아픈 장난감을 치료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지루해져서 갖고 놀지 않는 장난감을 다른 것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며칠 전에는 안 그래도 몇 개 없는 장난감인데 그것마저 아들이 지루해해서 교환하고자 했다. 교환해서 가져갈 수 있는 장난감들을 따로 모아뒀는데, 전혀 중고 같지 않고 새것처럼 반짝거렸다.


장난감 수리센터를 방문한다는 건 장난감을 버리지 않고 아껴 쓰고 누군가 자신이 사용했던 물건(나눠쓰고)을 내가 바꿔쓰고 다시 쓰는 과정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내가 초등학생 때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아나바다 운동)' 슬로건이 전국적으로 퍼졌던 때가 기억난다. 당시 IMF 경제 위기로 모두가 힘든 상황이었다. 경제적으로 힘드니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쓸만 한 물건이면 공유하는 등 알뜰한 소비를 권장하는 개념이었다.


경제상황이 IMF 경제 위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내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물가는 끝없이 오르고 있다. 내 월급만 오르고 있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장난감을 고쳐쓰고 바꿔쓰며 아끼는 생활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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