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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Sep 29. 2023

퇴고를 퇴고스럽게

브런치북 발행신청을 앞두고

써내려간 글들이 조금 쌓이고 다른 작가들의 서재처럼 브런치북에 대한 욕심이 일었다. 요 몇일 새로운 글쓰기 대신 써놓은 글들을 읽어보며 다시금 퇴고의 과정을 밟았다. 한번이 아니라 꽤 여러번 고치게 되었는데 그만큼 수없이 많은 횟수를 거듭하며 내가 쓴 글을 읽게 되었다.

글이 잘 써지는 날 쓴 것 같은 글.
일단 장황하게 쓰여진 문장이 있다. 술술 막힘없이 써지다보니 전에 썼던 내용이 또 다른 형식으로 씌어져 있었다. 내가 독자라면 좀 지루해질만한 문장은 과감히 지웠다.

문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초고를 할땐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 가는데 다시 읽어보면서 은유를 넣을 새 문장으로 탄생시키기도 한다. 예전 소설책을 읽던 버릇이 있어서 비유적인 표현에 목숨걸기도. 사실 제일 좋아하는 문체이기도 해서 끊임없이 연구중(?)이다.

어울리는 단어선택이 매번 바뀐다. 퇴고 완료 후 다시 읽어보면 문장에 단어가 안어울릴때가 있다. 전문분야에 대한 글이 아니기 때문에 글에 약간의 감성과 감정이 뭍어  만한 단어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읽을때마다 단어와의 어울림을 계속 생각한다.

순서가 뒤죽박죽인 글이 있다. 문장의 자리를 옮겨 주면서 문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다듬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럴땐 삭제당하는 문장도 생기고 추가되는 문장이 생기기도 한다.

다른 작가의 글을 읽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때가 조금 있었다. 내 기준에서 정말 잘 쓰여졌고 문체, 문장, 단어, 약간의 재미까지 완벽한 그림의 향연에 입이 다물어 지지가 않았다. 그럼 다시 나의 글이 퇴고의 수순을 밟게 되기도 한다.

퇴고를 하다 보니 사실 모자람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더 퇴고스럽게(?) 매달렸는지도 모르겠다. 거의 정리가 되었는데 다시 들여다보면 또 퇴고의 과정을 밟게 되는 엄청난 일이 벌어질까봐 그만 내려놓을까 한다.

그리고 초고도 퇴고한 글도 모두 자아의 산물이므로 나로 인해 쓰여진 글들을 좋아한다.


새로운 글을 써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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