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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Oct 29. 2023

허락되지 않는 시간들

거짓말쟁이랑 친해질 수 없어!


마우스를 연속적으로 눌러대는 소리만이 고요함에 서성거리며 눈이 반쯤 감긴채로 종종 꿈의 세계 문을 두드려 보기도 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예상치도 못한 긴 시간이 흘러있다. 한다고 했는데 하염없이 지나가버린 시간들에 줄어든 수면시간을 계산해보며 한숨을 깊게 내쉰다.


공모기간을 이틀 남짓 남겨 두고 이미 저만치 앞서 있는 계획에 꿈틀거리는 내면의 몸부림으로 예민함을 잔뜩 끌어 안은채 씨름중이다. 혹독하게 외로움으로 무장한 나에게 반려견은 늘 옆에 살을 맞닿아 있어주는 고맙고 따뜻한 존재다. 니가 있어서 나의 외로움이 조금은 희미해지는 기분이니까.


정직하게 흐르는 시간에게 정직한 시간의 결과를 달라고 조르는 중이다. 수면시간이 줄고 해내야 하는 일에 소비한 시간은 정직한 결과를 주지 않는다. 생각보다 거짓말쟁이가 맞다. 아무래도 좋은 친구일 거라고 기대하기엔 썩 괜찮지 않은 녀석같다. 은 친구가 될 수 없기에 오늘은  이만 안녕을 고한다.


쓸데 없이 화창한 아침은 모든 루틴을 반납해버린 몇일간의 노동에게  "비타민D를 채워주세요"라고 말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비타민도 고갈되어 가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좀처럼 끝내지지가 않는 작품을 붙잡고 늘 정직한 척 하는 시간에게 간청해본다. "제발 정직한 결과를 내게 달란 말이야"


학과 수업이 끝날 시간인데 곧 울릴 핸드폰을 찾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창작의 늪을 허우적거리고 있을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린다. 오늘도 돌봄교실의 하교시간을 상기시켜주는 귀여운 목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창한 햇살의 세계로 환승하고 싶어진다. 기는 머리가 아프고 곧 잘 예민해지는 자아의 싸움터 같은 세계서 말이다.


금요일은 직장인에게 한주동안의 충실한 세계를 마무리하는 날인것처럼 아이에게도 한주동안의 학교생활을 열심히 해낸 마지막 날이니 금요일에 아이와 나누는 목소리에는 늘 피곤함이 서려있다. 하교시간을 두시간이나 단축시켜버린 탓에 나의 수면시간에서 두시간을 차감할 생각에 또 다시 눈치없는 한숨이 나온다. 


두시간 일찍 상봉하여 해맑게 웃는 아이는 엄마가 머무는 장소에서 편안하게 쉬는 걸 좋아한다. 엄마가 바쁜건 엄마가 바쁜거지 자신이 바쁜건 아닌게 아이의 논리이다. 바빠도 요구사항은 변하지 않으며 이해시키기엔 점점 높아지는 목소리를 감당할 여유가 없다. 아이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 또한 내 욕심인 것이다.


기분좋은 웃음을 선사해주는 아이와 대치하고 싶지 않아졌다. 잠시 햇살이 깃든 세계로 옮겨보고자 피씨에게도 뇌에게도 쉴 시간을 내주기로 했다. 외로움의 세계에 이방인이 찾아온 느낌이지만 어쨋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님은 확실하다. 아이와의 세계에서 조력자로서의 일을 충실히 해낼 시간임을 알면서도 마음이 조급해 지는건 의지대로 변화되지 않아 양 세계를 왔다갔다하며

혼돈의 자아를 을 뿐이다.


잠들기 전 독서로 수면의식을 끝내고 나서야 다시 내 시간이 찾아왔다. 이젠 고작 하루뿐인데 희망은 점점 멀리 사라져 가지만 성과없는 과정은 아니기에 끝까지 달려보기로 한다.


어김없이 6시반부터 울리는 알람소리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거실로 나와 알람을 끄고 소파에 털썩 앉아 깨지 않은 잠에 다시 기댄다. 오늘은 여유부릴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날이다. 다시 피씨앞에서 씨름을 하다가 불현듯 남편의 생일임이 머리속을 스쳤다.


오늘이 마감일이다. 하지만 도저히 끝낼 수 없는 시간임을 자각하면서 부터 공모전보다 이사갈집을 열심히 드나들며 폐인트칠하는 남편의 생일상을 차려주는 게 좋을거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몇일간 붙잡고 있던 열망의 끈이 조금 느슨해지면서 두통이 조금 사라졌다. 과한 욕심이었던 것일까.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 시간은 역시 친해질 수 없는 친구같은 존재였다. 거짓말쟁이!!


이미 늦어버린 아침 생일상을 차리기위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마트에서 나와 차에 짐을 싣고 가려는데 차를 빼기 위해 조금 후진하는데 뒷차에서 클락션을 울려댔다.


 '저도 후방카메라 보고 있어요. 이래뵈도 베스트 드라이버에요. 시끄러운 행동은 삼가해 주세요!'


아직도 예민함이 가시지 않은 채 최대한 차분해지기를 노력하며 운전대를 잡고 있었지만 클락션 소리에 다시 한번 예민해졌다.


'나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지 말아주세요'


한참 생일상 준비중이였는데 남편은 이사갈집에서 업자를 만나기로 한 모양이다. 급하게 나가려는 남편에게 미역국만이라도 먹고가라며 내주었다. 불고기도 먹고 가면 좋을텐데 아직 채소를 다듬지 못해서 일손은 빠른데 요리손은 느린탓에 미안해졌다. 곧이어 일도 요리도 뭐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 오늘에 또 예민함이 밀려왔다.

 

또 시간친구의 탓을 하기 시작한다.

나랑은 어울리기 힘든 친구녀석.

거짓말쟁이.

정직해 보이지만 정직한 결과를 주지 않는 녀석.

거짓말같은 하루를 거짓말같지 않게 다듬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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