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무것도 모릅니다

차와 소금빵이 생각나는 아침

영하의 날씨를 아침부터 거니는 일은 인사하고 지내는 지인들과 웃는 모습을 나누고 차가운 공기에 깨지 않는 잠을 맡겨도 보고 구름 한점 없는 파란색 하늘을  올려다 볼 마음의 여유와 특히 오늘은 따뜻한 차와 소금빵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이사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 지나가다가 만나는 지인들마다 아쉬움에 기약없는 티타임을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중 오늘 만난 사람과는 바쁘다는 핑계를 잠시 내려놓고 진짜로 차를 마실 생각이였다. 오전에 티타임이 끝나면 오후엔 다시 이사준비를 할 계획이였는데 오후에만 시간이 가능한 지인에게 시간을 맞추고 일단 소금빵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아 빵카페로 향했다.

지인은 계속 메세지를 보내오며 이사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오후에 어차피 만날건데 드문드문 계속 오는 메세지가 조금은 이상하게 여겨졌다. 빵카페에서 빵을 고르다가 티테이블쪽에서 익숙한 목소리에 이끌려 누군지 돌아보게 되었는데 오후에 만나기로 한 지인이 다른 사람들과 티타임을 갖고 있었다. 나를 보면 민망해 할 것 같아서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움직였다.

목적은 소금빵이였는데 소금빵이 보이지 않아 직원에게 문의하니 10분정도 기다려야 된다고 한다. 고민할 시간이 많지도 않아 최대한 짧고 깊게 고민한뒤 지인의 눈에 띄면 안되므로 다음에 먹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뒤 베이글과 디카페인 커피만 사고 서둘러 나왔다.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지인과의 민망한 만남은 피하고 싶었다.

아마도 아침에 보길 원했던 내 의견에 선약이 있다는 말을 하지 못했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그토록 메세지에 그런 마음들을 담아 보냈던 것인가. 퍼즐이 맞춰지니 지인의 그런 행동들이 귀여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끝까지 모른척 할 생각이였는데 우리의 대화에서 지인은 오전에 자주 모임이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카페에서 봤다는 쓸데없는 얘긴 꺼내지 않았지만

'난 당신이 오늘 아침에 한 일을 알고 있다'

혼자만의 비밀을 꼭꼭 숨긴채 므흣한 입꼬리를 애써 내리며 고개만 끄덕끄덕거렸다.

'해명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렇지만 해명해 줘서 고마워요. 10분을 기다리다간 소금빵을 손에 넣기 전에 당신의 난처함을 보게 될까봐 소금빵을 포기한 아침이였지만 귀여운 문자 메세지를 생각하니 자꾸만 웃음이 나네요'

대화가 무르익으며 약속된 시간이 흐르고 따뜻했던 뱅쇼가 레몬과 계피만을 남긴채 아직은 미지근한 온기를 간직하고 있다. 오늘따라 뱅쇼 참 괜찮네. 음료를 주문하면 끝까지 마실때가 거의 없는데 바닥을 드러낸 뱅쇼를 바라보며 즐거웠던 대화에 뱅쇼의 과일향과 따뜻한 와인맛이 추가되었다.

내일 아침에도 카페에 들러보려 한다. 아직 소금빵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아 내일은 뱅쇼와 소금빵의 조합으로 시작해 봐야겠다. 어차피 굵은 소금은 다 떼어낼거면서 궂이 소금빵이여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일도 못먹는다면 아마 꿈에서라도 보게 되지 싶다. 어색한 만남은 피해갔으니 소금빵이 나올때까지 당당하게 기다릴 내일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