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주는 아주 특별한 선물
오타쿠의 황홀한 콘서트 이야기
살아가야하는 이유에 특별함을 갖다 붙여 보기로 한 나는 소위 말하는 '오타쿠' '덕후'이다.
몇달전부터 기다려온 공연소식에 나대는 심장은 조용할 날이 없었고 서랍속에 고이 간직해 두었던 티켓을 드디어 꺼내든 날.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남편은 휴가를 내어 아이들을 돌봐야 했기에 자주 공연날짜를 상기시켜 주기도 했다.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차질없이 진행되어야만 하는 날이였기 때문이다.
오늘은 성덕이 되는 날이다.
긴장감을 잔뜩 품고 아직 막이 오르지 않은 무대는 흐릿한 조명만이 비춰지고 있었다. 앞에서 여섯번째 되는 꽤 무대가 잘 보이는 자리로 운좋게 티켓팅에 성공했는데 이정도 거리면 아이컨택이 가능할거라는 기대감과 함께 드디어 조용했던 무대에 막이 올랐다.
열심히 클릭질을 해대다가 얻어 걸린 자리는 그야말로 명당자리이다. 아티스트가 서있는 위치에서 정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었고 적당한 거리 또한 오늘 공연이 완벽할거라는 걸 증명해 주었다. 안타깝게도 부끄러움에 아이컨택을 기대한 조금 전의 나는 도망가버리고 없었다. 생각보다 가수의 얼굴이 너무 잘보였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적응이 필요한 법 아니겠는가. 분위기가 무르익을때 즈음 아이컨택의 기회를 이대로 날려버리기엔 티켓팅 시간에 맞춰 현란한 손가락으로 클릭질을 해댔던 나의 노력에게 미안해 질 일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의지를 다졌다. 어차피 수많은 사람의 눈들 중에 두개의 눈일 뿐인데 신경도 않쓸거란 생각으로.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오로지 한사람을 위한 그 공간은 목소리에 녹여내는 감정과 전율을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최고의 음질과 무대에서 뿜어내는 아우라에 심취해 동채시력을 유지한채 미성으로 가득차버린 세계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훌륭하게 노래를 부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과 노력이 있었을지. 다시 한번 가수를 존경하게 되는 시점이였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지만 어려워 하는 일이기도 해서 노래 잘하는 사람을 많이 동경해 왔다. 작사가가 쓴 가사와 작곡가가 쓴 선율에 가수의 음색과 감정을 담아 목소리로 녹여내는 일이 이토록 멋진 일임을. 공연을 보는 내내 느끼는 일은 정말 황홀함 그 자체였다.
예전 대학로 소극장에 종종 연극을 보러 다녔을때 관객과 가까운 자리에서 소통한다는 것이 제일 큰 매력으로 다가왔었는데 큰 무대의 공연도 훌륭하고 멋지지만 소극장만의 작은 공연을 더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소극장의 공연은 큰 무대에서는 느끼기 힘든 작은 공간에서만의 집중되는 매력이 분명히 존재했다.
자리가 주는 특별함도 있다. 옆사람과의 거리가 꽤 가까워서 결코 편하지 않은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한뜻으로 모인 관객들과의 열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똘똘 뭉친 작은 개미군단이나 여왕벌을 지키기 위해 모여든 일벌들의 모임처럼 한정된 공간내에서 주는 에너지는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들으며 세월을 같이한 덕분으로 그의 음악에 녹혀둔 추억들은 그 자리를 고스란히 지키고 있었다. 한 곡에 각각의 수많은 추억들을 떠올려보는 순간은 서로 잘 알지 못하는 관객들을 하나로 만들어 주기도 했다. 아마도 음악이 가지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어떠한 일을 겪었던 순간이 곡을 들으며 느꼈던 당시 감정과 맞물리며 음악속에 저장되었다가 언제고 다시 꺼내어 주는 추억의 상자이기도 하니 말이다.
오타쿠라 불리는 이들은 진행되는 모든 공연을 '올콘'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게 세상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생일선물로 뭘 받고 싶은지 말해보라고 하면 단연 올콘이라고 말하고 싶다. 올콘을 하기 위해서는 남편의 긴 휴가와 육아의 부재라는 숙제가 필요하므로 아직은 먼 얘기지만.
최고의 하루를 선사해준 공연은 앵콜공연을 마지막으로 막이 내렸는데 사그라들지 않는 여운으로 쉽게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이 날을 오래 오래 최고의 멋진날로 기억하기로 했다. 그리고 성덕의 꿈도 이루었으므로.
(2022년 10월 15일 아주 멋진 날의 기억)
덕후 : 한 분야에 미칠 정도로 빠지는 사람
오타쿠 : 덕후와 같은 뜻으로 일본어
성덕 :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실제로 만나는 일
올콘 : 진행하는 콘서트를 모두 관람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