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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Oct 26. 2023

자존심이 세고 완벽주의자입니다만

성실과 완벽의 상관관계

불이 꺼진 사무실. 피씨에서 세어나오는 빛만이 내 모습을 비추고 있다. 적막함에 둘러싸인 사무실 내부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연구소에서 야근을 하던 남자직원이 탕비실을 가기위해 지나가는 소리에도 심장이 쿵쿵거려 견디기가 힘들다. 정리하려고 일어서려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 일이 많아요? 오늘 늦게까지 있네요?"

친하게 지내는 연구소 동료였다. 마음이 한결 놓여 늦게까지 남아있는 동료에게 몇시까지 일할건지 물었다.

"두시까지만 하고 가려구요"

"그럼 저도 두시까지 최대한 끝내볼께요 같이 가요"

무서웠던 마음을 동료에게 기대며 다시 일에 집중했다. 두시가 조금 넘어서야 완벽하게 끝내고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길을 서로 의지하며 회사를 나섰다. 말을 할때마다 입김이 점점 더 진하게 뿜어지며 흩어졌다.

부서발령 후 처음 해보는 마감업무는 생소하고 어려웠다. 첫째달부터 실수를 했던 탓에 다른 동료에게까지 피해가 갔다. 망연자실하며 쓴소리를 삼켜야 했던 날을 떠올리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새벽까지 남아서 일을 마무리했던 날이였다. 성실하지 못했단 자책감으로 몹시 괴로운 한달을 보낸 뒤였다.



실수를 인정하는 태도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완벽하지 않은데 완벽하길 바라는건 욕심일 수 있지만 완벽해지기 위한 의지가 동반된다면 어떨까. 익숙하지 않은 일에 처음부터 완벽하기란 쉽지 않다. 태도의 문제로 보여진다. 실수를 인정하고 그걸 디딤돌삼아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해낼지 실수에 고개숙인 자로 남을지 말이다.

실수를 인정하는 태도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쓴소리를 들을 용기, 그것으로 앞으로의 방향성을 어떻게 설계할지 해석할 용기. 분명 자존심이 상하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물론 강철멘탈을 가진 사람이라면 쓴소리에도 흔들림없이 '앞으로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머리가 이렇게만 생각해 준다면 베스트겠지만 아쉽게도 나의 멘탈은 유리와 강철의 중간 어디쯤인듯 하다.



완벽함은 성실한 태도에서 기인한다.


위치가 바뀌고 사수의 자리에서 신입에게 일을 가르칠때였다. 신입때는 한꺼번에 몰려드는 지식을 모두 머리속에 저장하는게 사실 쉽지 않다. 관련업무를 물었을때 A는 막힘없이 일을 처리해 나갔는데 이 친구는 일을 가르칠때 사수가 이야기하는 모든 내용을 메모했고 이해가 않가는 부분은 질문했다. A의 일처리 능력은 성실함의 문제였던 것이다.

 '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성실의 문제는 곧 노력과 직결된다. A는 사수가 가르치는 내용들을 메모하는 노력의 결과로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판이 나있었다. 받아들이는 태도가 좋아 가르칠 맛이 나는 그런 신입이였다. 하나를 가르쳐줘도 될걸 더 자세하게 더 쉽게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바로 성실함의 태도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본래 사람은 감정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 아니던가. 지식을 나누어주고 앞으로의 회사생활에 도움을 주려는 일들을 A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완벽하진 않아도 완벽해지려고 노력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믿음이 갈 수 밖에 없고 실수에도 그간의 노력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문제로 여겨진다.



자존심을 내려놓는 지혜도 필요하다


부서발령후에 일을 완전히 익히는 데 꼬박 2개월이 걸렸다. 처음 일을 배울땐 잘 할 수 있을것 같았지만 실전은 달랐다. 들었던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고 어느 부분에 적용해야 하는지 감이 오질 않았다. 결국 실수로 이어진 부분을 자책하기에 이르렀다. 쓴소리도 많이 듣고 자존심도 상했다.

 두번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수에게 한번 더 설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수한 부분에 대한 질책을 또 받아야 했지만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듯이 쓴 소리가 곧 영양분이 될거라 생각하고 무조건 메모를 하고 막혔던 부분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며 고마움의 표시로 밥을 사 실수에 대한 미안함도 표했다.


그리고 두번째 마감때는 실수없이 처리하기위해 새벽까지 고군분투하는 성실함으로 첫번째 마감의 실수를 만회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제서야 자존심 회복이 되고 성실했던 과정의 결과로 얻은 완벽함은 이제까지 맛보지 못했던 뿌듯함과 성취감이였다.


자존심의 뜻은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다. 시 내려놓아야 할때 과감히 내려놓을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그 후엔 더 높은 품위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잠깐의 부끄러움이 좀 더 완벽함에 가까워지는 길이라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경험정도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여지가 있다.




누구에게나 첫 단추를 끼우는  어렵다. 대충 끼 맞출 것인지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끼울 것인지는 본인의 의지에 달린 성실함일 것이다. 허당의 1인자로 불리울 정도로 완벽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지만 늘 완벽하기 위해 노력한다.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 상황에 따라 자존심을 내려놓는 지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 이 모든걸 성실함으로 통칭하고  실함은 곧 완벽함에 가까워지는 방법임을 이 새겨야 한다.


성실하게 생겼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모범생처럼 생겼다는 말인지 착하게 생겼다는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성실하 싶은 의지의 아우라 정도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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