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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Oct 30. 2023

너의 하루에 있는 작은 나의 공간

돼지엄마와 아이의 미소

주말이 왜 3일이 아니고 2일인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지나가는 일요일 밤을 잡고 싶은 아이는 11시가 넘어서야 잘 준비를 한다. 아이들에게 일요일 밤의 의미는 어른이 허리를 굽혀 자세히 들여다 봐야 보이는 소소하지만 심오한 세계이다.


아이들에 의해 행해지는 모든 놀이와 행동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고 이유가 있다. 다만 늦게 자면 다음날 일어나기 힘들어 하는 걸 알기에 어른은 심오함의 세계를 의도치않게 방해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잠든 아이들의 모습에 이내 미안함이 몰려드는 밤이다.


비로소 확보된 짧은 시간에 가성비를 최대치로 끌어 올려 일에 집중해 보느라 미안함이 금새 잊혀져 버리곤 한다.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모다. 내일 아침은 쌩긋 미소지으며 일어날 너희들을 기대하며 오늘의 미안함을 잠시 접어 두기로 한다. 꿈나라의 신이 일요일 밤 엄마의 잔소리들을 모두 없애 주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오늘의 아침은 한주의 첫 스타트를 끊는 날이기에 활기찬 아침의 시작을 맞이하길 바랐다. 꿈나라의 신이 아무래도 다녀가지 않은 모양이다. 느즈막히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의 뒷모습을 주머니에 넣어 집으로 다시 데려가고픈 날이였다.

너의 마음이 조금은 더 단단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쉽게 돌아선다.


하원시간이면 늘 전화기 넘어로 귀여운 목소리로 재잘재잘 온갖 얘기들을 전해 주던 아이가 오늘은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는다. 모니터를 아무리 들여다 보고 집중을 해봐도 아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음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분명 핸드폰 밧데리를 충전해 두었는데. 고장이라도 난건가. 아침에 작은 아이를 주머니에 넣어올걸 그랬나. 나의 하루를 지배해버린 아침의 아이는 말이 없다.


예전보다 성장속도가 빨라진 요즘 벌써부터 아이의 사춘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의 변화를 얼마나 현명하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관념으로 자주 긴장모드에 돌입하곤 한다. 더불어 갱년기 증세의 조짐이 보이는 것 같은 불길함으로 만약 부모들이 제일 걱정하는 어른의 갱년기와 아이의 사춘기가 맞뜨릴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답게 지나야 괜찮은 어른이 된다는 얘기가 있다. 다만 갱년기와 마주한다면 갱년기만큼은 조용히 지나가길 바랄뿐이다. 운동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이것에도 있다. 리의 민감한 변화의 충돌을 절대 기대하진 않으니까.


장난으로 엄마는 살을 빼야한다며 몸무게를 얘기해 준 적이 있다. 아이는 특유의 천진난만으로 사람들 많은 곳에서 두자리 숫자를 외치며 즐거워한다.


"엄마 55키로가 말이되? 살좀 빼 돼지엄마야 ㅋㅋ"


"55키로 아니거든. 56키로야 ㅋㅋ 살빼면 힘들어"


"아우 돼지엄마 어쩌면 좋아 1키로가 또쪘어?"


"원래 56이야 이정도면 날씬한거야 "


돼지엄마라는 웃음포인트로 아이는 즐거워 어쩔줄 모른다. 어차피 사람들은 내가 누군지 관심이 없다. 몸무게를 말하고 다닐지언정 너의 미소를 볼 수 있다면 부끄러움따위 내어줄 의향이 있으니 우리가 웃는 모습으로 만나길 기대해 본다.


아이는 바보같은 웃음을 내보이며 아침의 뒷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그저 해맑다. 나의 하루를 지배했던 아침의 너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아이에게 돼지엄마가 요즘 웃음포인트라면 나에겐 너의 미소가 웃음포인트인 것이다.


작은 아이의 세상을 바라봐주지 못한 어른의 눈엔 작은 아이가 하루종일 밟힐만큼 큰 의미를 품고 있는 너란다. 조금 더 허리를 굽혀 너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어 볼께. 나도 어른과 엄마는 처음이라서 말이지. 서툰 과정속에 같이 성장하는 우리들이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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