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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Nov 03. 2023

멋진 하루의 서막

꾸밈의 기술

붉은 빛과 노란 빛으로 물든 낙엽들중 색깔이 예쁘게 물든 낙엽들을 찾느라 땅바닥에 고개를 떨군채 단지내 한바퀴를 도는 중이다. 분명 알림장에는 '여러종류의 다양한 색상의 낙엽'이라고 되어 있는데 예쁘게 물든 낙엽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불과 몇일전엔 단풍잎이 초록색을 띄었는데 낙엽 준비물이 이번주였다면 좀 더 다양한 종류와 색상의 낙엽들을 준비해 갈 수 있을것 같은 날이다.


컴퓨터 모니터에 고개를 쳐박고 눈알을 마우스를 클릭해대느라 최소한의 움직임만을 필요로 했던 시간들에서 좀 벗어나 보기로 했다. 앉아있는 자세가 길어지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허리통증으로 틈틈히 헬스장을 찾곤 하는데 마음같아선 미라클모닝을 실천하며 매일 새벽 운동을 하고 싶지만 6시반에 알람을 맞춰놓아도 7시에 간신히  일어나는 수준의 정신력이라 아직 자신이 없다. 


피씨와 이런 저런 씨름을  동안 단풍잎은 예쁘게 물들어 있었고 바닥을 뒹구는 잎들 꽤 많아졌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에 바짝 마른 낙엽들 특유의 소리들로 가을의 막바지를 향해 흘러가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은 계절의 여운이 잊혀지기전에 이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선물받은 건 정말 행운이다. 구름 한점 없는 파란빛 하늘을 한번씩 올려다 보는 여유도 소소한 행복으로 다가온다. 바람결이 살갗에 스치는 느낌 시원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일으며 좀 더 우아한 육아를 할 수 있도록 차분한 세계로 인도하기에 이른다. 이곳은 천국인 것인가..


어른 사람과의 약속을 잡고 잊기전에 다행히 날짜와 시간,위치까지 상기시켜주는 고마운 동생과 랜만에 만나기로 한 날이다. 가을답게 트렌치코트를 입어줘야 겠다. 건조한 입술은 립밤으로 보호해주고 생기를 주는 핑크빛 볼터치도 조금. 쳐진 눈꼬리는 아이라이너로 덜 순해 보이게 그려주고. 단장의 마지막은 상탈33으로 마무리하 향기로운 하루를 그려본다.


외출은 나에게 큰 의미를 담는다. 동네에서 짧은 티타임을 갖는게 아닌 이상 외출의 서막은 늘 단장으로 시작된다. 한듯 않한듯 그렇지만 한게 확실한 메이크업은 자신감을 157% 올려주고 쌩얼일때보다 200% 타인이 주는 친절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가을에 유독 잘 어울리는 트렌치코트는 오늘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클래식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아우터이다. 그냥 툭 걸쳐도 너무나 멋스러운 일자 청바지를 빛나게 해주는 윈윈정신에 입각한 완벽한 옷이다.


우리는 만나기전 서로의 드레스코드를 종종 확인하곤 한다. 운동을 끝내고 바로 만나는 날은 운동복차림으로 나가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영 자존감이 그냥 그렇다. 헝클어진 머리를 자꾸 메만지느라 신경이 쓰이고 타인의 낯선 시선이 느껴질때면 '눈썹은 무사한거겠지? 땀이 나를 배신할리가 없어'하며 캄캄한 핸드폰 액정에 슬며시 눈썹을 비춰본다. 한눈썹 그리는 솜씨로 늘 가지런한 눈썹을 뽐내는 얼굴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존재라 매우 중요하다.


단장은 초록색 잎이 붉게 물드는 것처럼, 또는 스케치한 그림에 색을 칠하는 것처럼 나라는 사람에게 예쁜 색을 입히고 예쁜 활기를 주 특별한 선물같은 존재다. 좋은 구두가 좋은 장소에 데려다 주듯이 그날의 단장으로 좋은 장소에 가야할 것만 같은 옷차림은 나를 한 층 더 업그레이드하게 해준다.


그날의 옷차림이 영 맘에 들지 않는 근날은 절대 약속을 잡지 않았다. 만족감을 주지 않는 드레스코드는 족할만한 하루를 선물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늘 어울리는 옷차림을 찾아내야 하는 난제가 아침의 소중한 시간을 갉아먹을 때도 더러 있었다. 나의 하루를 책임질 단장의 시간은 신중하고 어렵지만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순간들이다. 


어렸을 때 기성복 브랜드가 나오기 전부터 양복점을 운영하시며 맞춤양복을 만드시던 아빠는 단정한 옷차림을 선호하셨다. 딱맞는 청바지를 입는 날엔 늘 잔소리를 하시며 옷은 사람의 품위를 높여주는 존재라고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아빠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단정하고 깔끔한 옷차림을 선호하긴 하지만 아빠가 싫어하던 청바지도 충분히 단정하게 입을 수 있기에 제외시키진 않는다.


예전에 에스프레소가 뭔지 모르던 시절. 카페에서 뭣모르고 시킨 에스프레소의 쓴맛에 다시 가서 "죄송하지만 너무 써서요. 물에 희석해주세요"라고 말했다가 엄청난 파워의 레이져를 맞은 적이 있는데 그날은 눈썹만 사수했던 노메이크업. 일명 쌩얼이였다. 그리고 작년 전직장 동료를 만나기 위해 예쁘게 메이크업을 하고 강남구청역 에스프레소 전문점에서 커피를 주문하는데 "에스프레소 말고 그냥 아메리카노는 없나요?"라는 레이져를 맞을 것 같은 질문에 너무나 친절하게도 "물론 있죠 :)"라고 대답해주는 서울청년에게 무한의 친절함과 고마움을 느낀적이 있다.

음.. 혹시 눈매를 한껏 살려주는 아이라이너와 생기를 북돋아주는 볼터치의 힘은 아니였을지...


가끔은 화려하진 않아도 네츄럴하지만 포인트가 될만한 메이크업이나 날개를 달아줄 단정하지만 멋스러운 옷차림이 하루를 기분좋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부릴 수도 있으므로 기분전환겸 단장을 해보는 부지런함과 세심함도 멋진 하루를 위한 서막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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