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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Nov 04. 2023

오늘은 당신에게 이끌립니다.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흐릿한 하늘에 우중충한 기운을 안겨주는 아침은 종종 불안감이 습해온다. 어른도 일어나기 힘든 저기압인 날 아이들은 과연 순순히 일어나 줄까?하는 의구심이 가득한 마음으로 물을 조금씩 들이키며 일단 나의 의식을 먼저 깨우는 일이 시급하다.


아침전쟁을 예상하고 미리 각오도 단단히 하며 마음을 다잡는데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아침풍경은 여느때랑 별반 다르지 않은 이다. 그러나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것으로 조금 위안을 삼아보려 애쓴다. 오늘까지만 전쟁을 치르고 휴전 이틀인 것이다.


날이 흐려 당연히 아이들이 일어나기 힘들거라는 걱정거리는 기우였다. 왠일로 아이들이 친한 친구들하고 등교 약속을 잡더니 그 어느 아침보다도 재빠르게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할일이 크게 없다는 거에 허전하기도 했지만 예상했던 전쟁통이 아닌 너무나 평화로운 아침이 물 흐르듯 지나가는 이 상황이 놀랍기 그지없다. 이런 날도 있구나. 신이 있다면 절이라도 하고 싶은 날이다.


평소보다 일찍 각자의 길로 뛰어든 아이들은 씩씩한 모습으로 웃으며 돌아섰다. 이처럼 완벽한 아침을 맞이할 수가. 믿기지 않는 아침풍경에 흐릿한 하늘이 준 선물은 의외의 신선함이였기에 보답으로 힘찬 하루를 보내겠노라 다짐해 본다.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방금 본 우리인데 잘못 눌렀나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그래도 전화를 걸어보며 조금의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늘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서만 만나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아이엄마와 처음으로 티타임을 갖게 된 것이다.


오랜만이다. 나를 찾아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특히 아이, 말수가 적은 남편, 말이 없는 반려견, 또는 벽. 주로 나의 대화상대는 말이 너무 없거나 말이 지나치게 많은 상대였다면 오늘 나를 찾아주는 이는 무려 나의 말에 공감의 길을 열어줄 어른 사람이다.

   

"저 하나도 바쁘지 않아요. 이사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고 오후에 한번 방문해보면 되고 일은 급하게 처리하지 않아도 되요"


('오늘은 정말 완벽한 날임에 틀림이 없군요. 아침부터 저를 찾아주시다니요. 사실은 어른 사람과의 대화가 절실했답니다. 감사한 마음을 차로 보답하고 싶네요 ^^')


완벽하고 평온한 아침을 선물받은 것도 모자라 외로운 영혼에게 손까지 내밀어 주시다니 오늘은 좋은 날이지만 이쯤되면 이상한 날임에 틀림이 없다. 너무 완벽해 불안하기까지 한 날이다. 몹쓸 불안증!


사람에게 이끌린다는 건 우주의 기운과 무언가의 힘이 조우한 특별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서로에게 기분좋은 시간들을 선사해 주는 '당신이 궁금해요'라든가 '당신에게 관심이 있어요'같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종 어른사람의 외로움을 구제해주는 군가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순간들이니 말이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자석같은 이끌림은 매력적인 사람에게서 빛을 발한다. 각각의 매력은 다 다르지만 이를테면 진지하지만 은근 귀엽거나 특유의 자신감으로 총명한 눈빛을 띈다거나 스치듯 지나가다 인사할때 늘 상냥하다거나 한 분야에 몰두하는 모습이 멋지다거나. 친해지고 싶 어떤사람인지 궁금해지는 이에게 매력을 발견할때가 있다.


잠깐의 오고가는 대화속에서도 종종 그 사람만의 매력을 발견하곤 한다. 그런 매력으로 이끌렸을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랬기를 바라는 작은 희망에 슬며시 마음을 얹어 보는 일만으로 미소가 지어진다. 뜻한 커피에 가득 쌓아 올린 우리의 대화는 서로의 숨은 매력찾기로 여념이 없다.


함께 식사나 차를 마시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픈 사람들이 있다. 지나가는 말로 "언제 차한잔 해요"라는 기약없는 말보단 차라리 약속되지 않은 날 불현듯 연락해 만날 수 있는 관계에 진솔한 대화를 담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온다.


나를 찾아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어떤 미지의 아우라에 끌렸을 것이고 한 사람을 덜 외롭게 손잡아주는 일이며 관계의 진정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가 타인에게 이끌릴때처럼 말이다. 끌림의 힘을 발휘하는 사람들과 자주 대화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 어른 대 어른간의 대화는 너무나 유쾌한 일이니까.


먼저 찾아주는 이로 조금 더 근사한 하루를 시작한 아침이 토록 풍요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 날이 있다. 기분 좋은 하루의 선물을 이젠 내가 나누어 줄 차례이다. 누군가 어당기는 힘이 이끌림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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