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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Nov 06. 2023

헤어지는 거죠

오늘은 무엇에게 이별을 고할까요

요란한 빗소리가 적시는 하루의 시작은 머리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마음의 파장을 들쑤셔놓기 딱 좋은 비바람이 태풍급으로 몰아친다. 덕분에 몸살로 낑낑대던 주말의 두통은 여전히 사라지지않고 뻔뻔하게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좀 사라져줄래!


이별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 요즘 오늘은 무엇부터 정리를 시작해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하루가 마무리되곤 하지만 정리가 되더라도 또 만남이 생기는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또한 허술함의 결정체가 완벽하려고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야지만 해결되는 문제겠지만.


두통이 생기기 시작한건 비가 오기 전날. 온전히 몸이 쓸데없이 예민한 감각들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부터인 것 같다. 나이드신 분들이 관절이 아픈 날은 비올날을 예견하시는 것처럼 언젠가부터인지 두통으로 비가 내릴거라는걸 예측한다. 인간의 몸이 퇴화는 하지만 퇴행을 할 리는 없으므로 당연한 섭리로 받아들이지만 겪을때마다 유쾌하지 못한 증상덕분에 곧 잘 예민해 지기도 한다.


타이레놀을 털어 넣어도 바깥세상의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어도 좀처럼 해소가 되지 않아 있는 그대로의 통증을 감내하며 좀 희미해 지기만을 바랄뿐이다. 흐린날이 이어지면 몸도 적응을 해서 통증이 없어질만도 한데 그건 운이 좋은 날을 제외하곤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다. 가 그치고 따스한 햇살이 빛추는 날이 오기만 기다리는 수 밖에.


주말 몸살기운에 두통을 동반한 몸뚱아리지만 한주의 주말만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과감히 운전대를 잡았다. 주말의 나는 아이들에게 최적화된 컨디션을 선보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관계로 최적화된 컨디션인척 연극을 해대야 했던 날이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주말에 놀 계획을 그것도 꼼꼼히 세우느라 수첩에 빽빽히 적어내려간 스케쥴을 보여준다. 주말만 기다리는 아이들이기에 간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글들을 보며 같이 퇴고(?)를 해나간다. 하루에 세군데는 무리야. 한곳만 가도 시간이 부족해(사실은 에너지가 부족해). 결국은 두곳으로 합의를 보고 나서야 퇴고가 끝난다.


문제는 책임감과 의무감쯤으로 아이들을 위한 시간을 충실히 실행하느라 에너지를 쏟아붓고 더 안좋아진 컨디션을 마주했을때의 상실감이다. 쉬어주면 참 좋았을 날이였는데 아이들과 대치하는게 싫어서 실망하는 아이를 달래는 데에도 쏟아야 할 에너지는 만만치 않기때문에 이왕이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에너지를 쓰는 편이 나았다. 해진 두통으로 과연 오늘의 선택이 옳았는지에 대한 복잡한 생각이 들면서 머리가 더 아파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생각이란걸 멈추고 잠들고 싶을만큼 에너지는 소진되어 있었다. 작은 아이들에게 엄마도 사람이고 아플때가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긴 했지만 어른스러운 생각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괜한 예민함이 잠깐 남편에게 화살이 가긴 했지만 대적할만한 상대가 아니란것쯤은 결혼생활 10년이 넘도록 터득한 결과인지라 오래갈 수 없었다. 결국은 외로움의 터널을 지나는 수밖엔 없다.


글을 쓸 수 있어서 다행이다. 몸이 아픈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지만 외로운 시간들을 견뎌내는 건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 누적이 될 뿐이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일에 그토록 열광하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면서 많은 에너지가 소진되 다시 종점은 외로움이 되기도 한다.

이런 마음들을 글에 담을 수 있으니 마치 쌓였던 기억들을 지인과의 수다로 쏟아내듯이 덜 외로워질 날을 기대하게 되니 말이다.


글로 쏟아내든 말로 쏟아내든 아웃풋이 있으면 마음의 위로는 그래도 되는 것 같다. 신경과민이라고 하기엔 이미 아파진 머리로 예민함을 이끌어 낸 것이기에 해당되지 않을것이고 아마도 퇴화의 증거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억지스러움이 다른 곳에서 문제점을 찾고 있는건 아닐지 정리되지 않는 혼란의 무질서를 밟고 있다.


때론 너무 많은 생각들을 끄집어 내느라 줄서있던 행렬이 엉망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아니었을지.


비가 그치지 않는 이상 지속될 두통

어울리고 싶지 않지만 곧 잘 어울려지는 외로움

다른 세계의 관념일 뿐인 완벽주의

그밖에도 많겠지만. .

오늘도 헤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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