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월 Nov 21. 2023

무례함에 대처하는 방법

평화주의를 지향합니다만

반려견들의 발바닥이 바닥을 스치며 종종걸음으로 걷는 소리가 내일의 아침이 왔음을 알려준다. 오늘은 알람소리보다 강아지의 집안을 탐색하는 움직임이 귓가에 더 강하게 스치며 잠을 깨운다. 이불속에서 나오기 싫은 아침이지만 오늘의 일정들을 떠올려보며 이불킥을 해야만 했던 날이다.


침에 새똥 테러를 당한 차를 보고 아이가 차가 너무 더럽다며 꼭 새차를 하라고 당부다. 오래된 아파트의 지상주차장은 나무가 있는 곳의 주차는 피하게 된다. 하루 사이에 엄청난 양의 배설물로 차 곳곳이 더럽혀져 있었고 아침부터 더러워진 차를 보 한숨부터 나왔다. 절대 나무 밑에는 주차를 하지 않으리.


주유도 할겸 세차를 하러 주유소에 들러 세차를 담당하는 직원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썩 밝지 않은 표정으로 다가온다.(친절함은 기대하면 안되겠구나!) 가격을 여쭈었는데 툴툴거리는 말투에 짜증을 반쯤 섞으며 표지판을 가르킨다.


"저기 씌어져 있는거 않보여요?"


내가 잘못 들은건가. 기분이 안좋은 일이 있는건지. 내가 뭐 잘못 한게 있는건가. 머리라도 묶고 올걸 그랬나. 아이들 지각할까봐 급하게 나오느라고 썬크림만 대충 바르고 나온걸 후회할줄이야. 는 분명히 상냥했고 늘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대한다. 무리 생각해도 실수한게 없다.


그 이후로도 직원분은 계속 날이 서있는 말투로 사이드미러가 수동이냐며 툴툴거린다. 계속 묶지 않은 머리가 신경쓰여 예민해지기 시작하는 마음을 진정시켜보려 애쓰며 표정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나에게 무엇을 쏟아내고 싶은지는 모르겠지 그것에 대치하고 싶지 않다. 빨리 이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사람들과 대치하며 감정소모를 일으키고 원하지 않는 상황에 쓰일 에너지를 생각하면 늘 평화주의를 고수하게 된다. 그렇지만 세상은 평화주의를 안고 살기엔 변수가 많고 비상식적거나 무례한 상황을 종종 겪게 된다. 


성이라는 사회적 약자인 점을 악용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겪는다. 그 상황에서 직원의 무례함을 꼬집으며 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만만해 보이는 여성고객의 상냥함이 본인의 화풀이 대상으로 여겨졌던 거지같은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없는 상태으므로 나서지 않는다


비슷한 일을 겪었을때 남편에게 털어놓으면 워낙 세상이 흉흉하니 절대 자동차 창문을 내리지 말라고 한다. 착하게 생긴 여성이 창문을 내려도 무서워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이미 화가 나있는 것에 불을 지필 필요 없고 차라리 피하는게 상책이란 생각이 든다. 꼭 이겨야만 하는건 아니지만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감정쓰레통에 타인의 화를 담아내야 하는 상황들이 씁쓸해 진다.


타인에게 화를 잘 내지 않고 착해보이는 인상. 이런 모습이 본인이 기분이 좋지 않을때나 화가 나는 일이 있을때 본인의 화풀이 대상의 타겟이 될때가 있다. 때로는 선을 넘는 행동에 관계가 소홀해 지거나 무례함이 또 다른 무례함이 될 수도 있기에 궂이 무례한 사람과의 관계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그 또한 감정낭비이고  너지가 소모되는 일일테니.


무례한 사람에게 똑같이 무례하게 대할 필요는 없다. 이미 무례함을 행한 이는 자신의 행동을 알고 있거나 알지만 미안함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수 있다. 러므로 궂이 필요없는 에너지를 낭비할 일은 없는 것이다.


평화주의를 지향하는 인간에게 종종 태클이 걸려오는 일들을 겪게 되더라도 큰 소리나 힘있는 눈동자로 감정소비를 하기보단 내면의 지혜와 현명함에 더 집중하는 평화주의자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아무래도 새똥 테러는 곧 있을 어둠의 그림자를 예견한 건 아니였을지 조금 섬뜩해지지만 주관이 흔들리지 않는 평화를 늘 지향하는 한 사람으로 남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와 관계의 유연함은 비례하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